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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53] 리버풀(Liverpool) FC는 왜 ‘더 레즈(The Reds)’라는 별명으로 불릴까

2021-01-06 07:30

잉글랜드 축구 최다 우승팀인 리버풀은 선수들이 상하의 유니폼 모두 빨간색을 입어 '더 레즈(The Reds)'라는 별명을 갖게됐다. 사진은 무함마드 살라흐(오른쪽)와 조던 헨더슨이 골을 넣고 환호하는 모습.
잉글랜드 축구 최다 우승팀인 리버풀은 선수들이 상하의 유니폼 모두 빨간색을 입어 '더 레즈(The Reds)'라는 별명을 갖게됐다. 사진은 무함마드 살라흐(오른쪽)와 조던 헨더슨이 골을 넣고 환호하는 모습.
리버풀(Liverpool) FC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FC 만큼이나 가장 원시적인 방식으로 빨간색 미신을 갖고 있다. 상하의 모두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리버풀 선수하면 빨간색이 먼저 연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팀 별명도 맨유와 비슷하다. ‘더 레즈(The Reds)’, 붉은 군단이라는 의미이다. 맨유의 ‘붉은 악마(Red Devils)’와 흡사하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영국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두 팀이 신비스런 동양의 주술과 같이 빨간색을 마치 텔레파시처럼 믿으며 빨간색으로 형상화하는 메시지와 힘을 중시한다.

두 팀의 연고지인 리버풀과 맨체스터는 길이 75km인 맨체스터 운하로 이어져있다. 머지강을 연결해 만든 이 운하는 산업혁명 당시 맨체스터에 번영을 가져왔다. 운하가 생기면서 리버풀은 상대적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고, 리버풀과 맨체스터 두 도시의 지역감정은 나빠지기 시작했다. 두 팀이 맞붙는 경기가 거친 이유는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1830년 조지 스티븐슨이 발명한 증기 기관차가 리버풀과 맨체스터를 잇는 철도 노선을 달리며 세계 최초의 철도망을 갖게됐지만 두 도시는 뿌리깊은 라이벌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항구도시 리버풀은 산업혁명의 성공으로 미국으로 이어지는 항구도시로 발전해 타이타닉호의 모항이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록밴드 그룹 ‘비틀즈(The Beatles)’의 출신도시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도 억센 억양의 사투리를 갖고 있는 리버풀 사람들은 항구 도시답게 운명을 점지하는 여러 미신을 믿는 경향이 짙다. 1985년 헤이젤 참사, 1989년 힐스버러 참사 등 2번의 참사를 겪으며 많은 리버풀 축구팬들이 희생된 것도 축구에 광적인 훌리건 문화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본 코너 248 ‘왜 ‘훌리건(Hooligan)’이라 말할까‘ 참조)

리버풀 FC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보유한 팀이다. 1892년 안필드를 홈그라운드로 창단한 리버풀은 자국 무대와 유럽 무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부리그 통산 19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6번이나 우승, 잉글랜드팀 가운데 최다 우승팀 기록을 갖고 있다. 리버풀 팬들이 거칠기로 악명이 높고 팀에 대한 충성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워낙 축구를 잘 하기 때문일 것이다.

리버풀팀이 빨간 군단이 된 것은 전설적인 감독 빌 샹클리(1913-1981)에 의해서였다. 1959년부터 리버풀 지휘봉을 잡은 샹클리 감독은 15년간 함께 하면서 리그 우승 3회, FA컵 우승 2회, UEFA컵 우승 2회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샹클리 감독은 1964년 유니폼 상하의를 빨간색으로 바꿨다. 창단이후 줄 곧 빨간색과 흰색을 입었던 리버풀에게는 혁명적인 변화였다. 선수들이 더 크고, 강해 보이길 원해 유니폼 색깔을 빨간색으로 바꿨던 것이다.

리버풀 선수들은 1964년 11월24일 벨기에 안더레흐트와의 UEFA컵 2차전 경기에 처음으로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는데 상대팀에게 크게 위협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들의 심리를 잘 다루는 것으로 뮤명했던 샹클리 감독은 빨간색이 위험과 힘을 형상화해 상대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이 경기에서 리버풀은 3-0의 대승을 거두었다.
이후 리버풀 경기는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불처럼 빛을 내며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모습으로 상징화됐다. 선수들은 마치 거인처럼 보이고, 거인처럼 플레이하는 것으로 언론들에 보도됐다. 리버풀이 2005년 5월2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AC 밀란에게 0-3으로 뒤지다가 극적으로 동점을 만든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이스탄불의 기적‘과 지난 해 바르셀로나를 4-0으로 완파한 ’안필드의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별명과 관련성이 깊은 것이 아닐까 싶다.

리버풀이 잉글랜드와 유럽 리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더 레즈‘라는 별명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샹클리 감독은 리버풀의 빨간색 유니폼의 역사를 만들었으며 별명 이미지까지 창조한 지도자로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됐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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