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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의 사람 ‘人] "아이스더비는 '슈퍼볼', '켄터키 더비', 'F1'과 같은 세계적인 명품 스포츠이벤트가 될 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강국 한국 빙상의 프로화를 주도하는 (주)아이스더비 인터내셔널 현도정 대표이사

2020-12-22 07:50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이다. 올림픽에서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적을 올렸다. 1988년 하계대회인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이후 낙후된 동계올림픽 종목을 적극 육성해 수많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다른 나라는 경쟁 상대가 되지 않았다. 남녀 모두 한국 최강이 세계 정상이었다. 김기훈, 이준호, 김동성, 안현수 등이 남자 다관왕에 올라 올림픽 역사를 빛냈다. 여자는 전이경, 진선유 등이 다관왕을 차지하며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롱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한국의 경쟁력은 뛰어났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김윤만이 남자 1,000m서 사상 첫 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한 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선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이 나란히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이상화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서 올림픽 2연패의 금자탑을 세웠다.

한국이 3번의 도전 끝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빙상 강국이라는 탁월한 국가 경쟁력이 결정적 힘이 됐다. 이러한 스피드스케이팅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뒷받침 삼아 한국이 주도해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야심찬 동계스포츠 프로화 사업이 주목을 끌고 있다. 아이스더비(Icederby)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 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한 아이스더비가 최근 국제빙상연맹(ISU)의 족쇄를 풀고 도약의 나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달 초 유럽연합(EU) 고등법원은 마크 타이터트(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챔피언)와 닐스 커쇼(네덜란드 쇼트트랙 유럽챔피언, 이상 네덜란드)가 아이스더비에 출전하는 선수를 징계하겠다는 ISU를 상대로 제소한 사건에서 선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EU 고등법원의 이번 결정은 지난 1995년 유럽사법재판소가 프로축구 선수의 자유이적을 허용한 ‘보스만 판결’과 맥락을 같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벨기에 프로축구 장 마르크 보스만에 의하여 선수들의 자유이적권리가 보장되면서 세계프로축구계는 활발한 프로선수의 자유 이동이 가능해졌다.

앞으로 세계적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들이 ISU의 제한을 받지 않고 프로 스피드스케이팅인 아이스더비 출전이 보장됨에 따라 아이스더비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 ㈜ 아이스더비 인터내셔널을 창업한 현도정 대표이사(61)와 21일 만나 그동안의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 해 2월 네덜란드 히렌빈에서 테스트 대회를 가진 아이스더비.
지난 해 2월 네덜란드 히렌빈에서 테스트 대회를 가진 아이스더비.


아이스더비는 빅 비즈니스, 글로벌 킬러컨텐츠

-아이스더비는 어떤 경기인가.

“롱 트랙 스피드스케이팅(400m)과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110m)을 접목시켜 220m 트랙에서 양쪽 선수들이 함께 경쟁하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 스케이팅이다. 롱 트래 스피드스케이팅의 스피드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의 코너링 기술이 어울어져 절묘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종목이다 . 동계스포츠팬들이 합법적으로 경기에 베팅을 할 수 있고,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쇼, 아이스하키 등 다양한 아이스 엔테테인먼트가 함께 펼쳐지는, 빙상을 주제로 한 새로운 프로스포츠이다.”

-아이스더비의 사업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아이스더비는 전 세계 스케이팅팬과 스포츠 베팅팬을 흡수할 수 있는 강력한 동계종목 컨텐츠가 될 것이다. 경마, 경륜, 경정 등 유사 스포츠베팅 사업 시장과 공유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온, 오프 스포츠베팅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는 스피드스케이팅을 엔터테인먼트와 접목시켜 세계인들이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다. 아이스더비는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전 세계를 상대로 수익을 올리며 한국 스케이팅의 근간을 튼튼히 할 수 있다. 선수, 코치, 관계자들에게 일자리와 생계를 제공할 수 있으며 아마추어 스케이팅을 육성하고 스케이팅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세계 프로대회 빙상본부를 한국에 설립함으로써 국가적인 자부심도 높이고 글로벌 킬러 컨텐츠로 키울 수 있는 국가적 성장 동력 프로젝트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현재 국내 사업 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달라.

“지난 2008년부터 제주도에서 먼저 사업을 추진했다. 2011년 국회의원 20명이 ‘제주 경빙법’이란 명칭으로 공동 발의, 국회 문방위에 상정했지만 한미 FTA건으로 여야가 대립, 국회 파행으로 입법화가 무산됐다. 지난해부터 중국 자본과 협력, 호텔 내에 아이스더비 경기장을 건설해 별도의 허가 절차없이 외국인들을 상대로 베팅을 하고 해외 온라인과 연계시키는 사업을 재추진중이다. 2016년부터 강원도에서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사후 활용방안으로 아이스더비가 좋은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릉 시민들과 빙상선수들이 적극 지지서명을 해줘 아이스더비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으며 앞으로 국회에서 강원 아이스더비 법안을 재상정할 계획이다. ”

-해외 사업도 활발하게 준비 중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 라스베가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소치, 중국 해남도, 네덜란드 히렌빈 등에서 아이스더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라스베가스에선 세계적인 리조트와 베팅업체인 ‘MGM & 겐팅 그룹’ 등과 협의를 하고 있다. 뉴저지 매도우랜드, 아틀랜틱 시티와 인디언 지역 등에도 사업 논의를 진행 중이다.”

-사업 규모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가.

“ 미국의 대표적 경마더비인 ‘켄터키 더비’,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 유럽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F1’과 비견될 수 있는 세계적인 프로스포츠 대회로 키우고 싶다. 아직 한국에는 세계적인 스포츠이벤트를 내세울만한 것이 없는데 아이스더비가 대표적인 K-스포츠 컨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스포츠 베팅, 방송 중계권, 스폰서 등을 통해 글로벌 이벤트의 빅 비즈니스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ISU의 집요한 방해공작

ISU는 스피드 스케이팅, 쇼트 트랙 스케이팅, 피겨 스케이팅, 싱크로나이즈드 스케이팅,등의 경기를 관장하는 국제 스포츠 기구이다. 1892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돼 국제체조연맹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국제적인 스포츠 연맹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ISU는 지난 10여년간 스피드스케이팅의 프로화를 반대한다는 명목으로 아이스더비의 출범을 정면으로 반대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등이 아이스더비에 지지를 보내며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선수 제명’ 등의 중징계를 부과하겠다며 방해공작을 벌였다.

2013년 아이스더비측이 두바이 왕실과 2020년까지 6년동안 공동 개최키로 한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타이터트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들은 ISU로부터 산하 경기 평생 출전 금지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타이터트 등은 2017년부터 EU 집행위원회 등에 ISU의 부당성에 대해 법적 제소를 했다.

-ISU가 왜 아이스더비를 반대했다고 생각하는가.

“ISU는 프로 스피드스케이팅의 운영권을 독점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먼저 아이스더비 사업에 착수해 선수를 뺏겨 프로화를 주도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우리 측과 잘 협의하면 좋은 방법이 있었을텐테, ISU는 맹목적으로 사업에 반대하기만 했다.”

-국제법 소송은 어떻게 진행됐는가.

“타이터트 등 네덜런드 선수들을 중심으로 2017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집행위원회에 제소를 했다. ISU가 아이스더비에 참가하려는 선수들을 막고 징계를 하는 것은 반독점 규제법에 위반한다는 것이다. ‘모든 선수는 공정하고 평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해야한다’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ISU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선수들에게 불균형적이며 처벌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은 EU 독점금지 규정을 위반한다며 선수들과 아이스더비측에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ISU는 유럽 고등법원에 항소했는데, 지난 16일 ”스피드스케이틍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엄격한 벌금을 부과하는 ISU 규정은 EU 경쟁법에 위배된다“며 3년전 EU집행위 결정을 인용했다.”

-ISU측과 앞으로 어떻게 협의를 할 것인가.

“네덜란드 사람인 현 얀 데이케마 회장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아이스더비는 ISU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 ISU와 함께 공존하며 세계 스피드스케이팅을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하고 싶다.”

현도정 아이스더비 인터내셔널 대표이사는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 경쟁력을 갖춰 아이스더비를 주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원 기자]
현도정 아이스더비 인터내셔널 대표이사는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 경쟁력을 갖춰 아이스더비를 주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원 기자]


시작은 화려했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사업가

미국 미네소타대 MBA에서 현대기업 경영기법을 배운 그는 한 때 잘나갔던 사업가였다. 1990년대 국내 최대 웨딩업체인 ‘베야티’를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8년 IMF 위기를 맞으며 사업이 크게 흔들렸다. 이후 마땅한 사업 분야를 찾지 못했다가 2006년 한국이 동계스포츠 강국이라는 것에 착안해 아이스더비라는 새로운 사업에 착수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세계적인 강국이고 사업 분야도 창의적이고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의욕적으로 발을 내디뎠지만 ISU 반대, 자금 유치 어려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여러 고비를 넘겨야 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원래 올 6월 네덜란드에서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하려 했다. 지난 해 이미 테스트 대회도 성공적으로 개최해 대회를 여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사상 유례없는 악재가 터져 대회를 도저히 개회할 수가 없었다. 일단 대회를 연기했다. 내년에는 반드시 비대면, 무관중으로라도 대회를 치러 아이스더비 출범 원년이 되게 하겠다.”

-대회를 개최하려면 많은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 아랍에미리트, 중국, 홍콩 등에서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이제 ISU 문제도 법적으로 해결한만큼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을 할 수 있게 돼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 십여년 이상동안 수익은 전혀 없고 지출만 발생해 많은 어려움이 있엇다.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은 결실을 맺기 위한 고행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빙상을 위해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가.

“우리나라 빙상 선수들은 인적 자원이 뛰어나다. 올림픽 등 역대 국제대회서 성적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선수 생명이 짧은데다 은퇴이후 대책이 별로 없는 것이 큰 문제였다. 아이스더비가 자리를 잡게되면 한국빙상을 위한 젖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일자리와 생계에 도움을 주며 한국빙상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키워나가는데 힘이 될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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