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 마지막 이닝. 박수영은 31점을 치고 있었다. 김행직 63점, 안지훈 51점이었다. 당구계의 스타들. 4강까지 올라온 것만도 대견했다. 박수영은 우승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았다.
다행히 김행직이 놓고 간 공이 모처럼 마음에 드는 공이었다. 한 개를 쳤다. 다음 공도 쳤다. 이때까지와는 달리 묘하게 공이 잘 섰다. 하나 하나 치다보니 어느 새 12개였다.
배치도, 치는 것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다음 공도 잘 섰다. 가볍게 큐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짧았다. 좀 더 신중하게 쳤어야 했다. ‘아차’했지만 이미 공은 선 뒤였다.
하이런 12점, 순위가 바뀌었다. 박수영 67점, 김행직 51점, 안지훈 39점. 조치연 2점이었다.
후반 김행직이 바로 앞에서 쳤다.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웠다. 워낙 대단한 선수여서 연속타를 친 후 마음먹고 수비에 들어가면 낭패였다. 공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이미 앞서가고 있어서 김행직도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선수들이 치는 만큼 쳤다. 한 번도 추월당하지 않고 1위를 유지했다. 김행직은 오히려 뒤쳐졌다. 머릿속 계산이 복잡해졌다. 그럴 때마다 머리를 털며 경기에 매달리자고 다짐했다.
“후반 중반을 넘어서자 이대로 내가 우승하려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설마하면서도 그럴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떠올라 그걸 내려놓느라 애 먹었습니다.”
월드클래스의 강자들이 총 출동한 전국대회 생애 첫 우승이니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행직, 안지훈이 차례로 큐를 내려놓았다. 여전히 1등이고 우승이었다. 순간 박수영은 비명같은 짧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박수영 66점, 안지훈 46점, 김행직 42점, 조치연 6점이었다. 1위였다. 국내랭킹은 김행직, 안지훈, 조치연, 박수영 순이었다.
박수영은 1차대회를 망쳤다. 32강 첫 판, 점수가 없어 중도 탈락이었다. 부끄러웠다. 지더라도 중도탈락은 하지말자고 했다. 2차 대회는 첫 출발이 좋았다. 원하는만큼 맞았고 운도 따랐다. 1위였다. 16강, 8강 그리고 4강 결승까지 쭈욱~.
박수영은 20일 끝난 ‘파이브앤식스 코리아 당구 그랑프리’ 서바이벌 3쿠션 2차대회 (MBC드림센터)에서 그렇게 첫 우승 이야기를 썼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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