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 선수로부터 받은 공이 대부분 치기 힘든 포지션이었지만 칠만한 공도 제대로 치지 못했다.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는 날이었지만 과연 중도탈락의 이유가 그것 뿐일까. 세명의 상대가 최강의 1인을 따돌리기 위해 뜻을 모은 것은 아닐까.
세 명이 짜고 그럴 순 없다. 앞에서 치는 선수만이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 선수가 그 앞 선수로부터 좋은 공을 받아 몇 개 친 후 수비에 들어가면 3명중 2명은 ‘공범’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엄청난 비약이고 터무니없는 음모론이다.
앞 선수가 경기를 포기하면 그럴 수 있다. 함께 죽자는 동귀어진 전략이라면 가능하다. 그러나 모두가 승리를 바라보고 뛰는 마당이다. 내가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지 한 선수를 떨어뜨리는 게 목표는 아니다. 강자가 빠지면 내가 올라갈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그렇게 작전을 짤 수는 없다.
최성원의 32강전 탈락의 첫 번째 이유는 그가 이날 공을 잘 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반 윤성하 뒤에서 말구를 친 최성원은 8번의 공격 중에서 4번 공타를 날렸다. 공격에 성공한 4번도 3번이 단타였고 연타는 2연타 한번 뿐이었다.
처음부터 만만하게 보였다. 그래서 집중견제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광현이 70점, 박수영이 42점, 윤성하가 34점이었으나 최성원은 14점이었다.
순서가 바뀐 후반에도 최성원은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1번 주자로 올라 첫 판에서 4점을 올렸으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2, 3이닝 공타에 이어 정말 중요한 5이닝에서 도 공타를 날렸다.
남은 점수는 7점. 3명이 8점을 합작하면 마이너스가 되고 더 이상 기회가 없었다. 2구 윤성하가 2점을 쳤다. 3구 김광현이 점수를 내지 못해 그래도 5점이 남았다. 잘하면 다시 한번 공격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4구 박수영이 5연속 득점했다. 딱 최성원이 지워지는 점수였다.
“언제 다시 살아날지 모르는 거죠. 집중에 집중을 더했습니다. 무서운 선수니까요.”
박수영은 경기 후 최성원탈락의 가능성을 보면서 아주 신중하게 쳤다고 했다.
3명 모두가 바라는 최강자의 탈락. 견제는 당연하다. 세계정상의 수준이라면 그마저도 극복해야 하지만 당구는 ‘더럽게 안맞는다’고 투덜거릴 때가 무수히 많다. 불운과 견제. 최성원은 슛아웃 복식 정상에 오른 지 이틀만에 쓰디 쓴 맛을 보았다.
공교롭게도 앞 주자였던 박수영과 윤성하가 1. 2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올랐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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