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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의 사람 '人'] "추락한 한국배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기본기를 철저히 다져야한다" 대학배구 최고 지도자 홍익대 박종찬 감독

2020-12-09 15:51

남자대학배구 홍익대 박종찬 감독은 8일 인터뷰에서 한국배구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본기 강화를 강조했다. [사진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제공]
남자대학배구 홍익대 박종찬 감독은 8일 인터뷰에서 한국배구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본기 강화를 강조했다. [사진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제공]
한국남자배구는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방치하면 경쟁력을 절대 갖출 수 없다.”

남자대학배구 최강 홍익대 박종찬 감독(50)이 인터뷰에서 강조한 것은 뜻밖에도 기본기였다. 한국남자배구는 지난 20년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해 예선탈락을 한 뒤 올림픽 본선과는 담을 쌓았다.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은 물론 이란 등에도 밀리며 번번히 올림픽 티켓획득에 실패했다. 남자배구로서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잃어버린 20년’이었다.

박종찬 감독이 현역 선수시절에는 한국남자배구의 위상이 지금처럼 추락하지는 않았다. 성균관대 3학년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7년간 대표팀에서 부동의 센터로 활약했다. 1991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세계대회 예선전에서 독일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본선 티켓을 획득했을 때부터 1995년 월드리그에서 사상 처음으로 6강에 올랐을 때 주전으로 뛰었다. 요즘 한국대표팀과는 크게 비교되는 성적이었다. 박 감독이 인터뷰에서 국제경쟁력을 강조한 것은 한국배구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대학에서 벌써 20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홍익대 감독만 만 6년째이다. 지난 2014년 홍익대 감독을 맡기 이전 모교인 성균관대에서 2000년 이후 13년간 감독을 했었다. 나이는 김찬호 경희대 감독(56), 인하대 최천식 감독(55) 등이 많지만 순수 대학지도자 경력은 가장 오래됐다. 박종찬 감독과 8일 인터뷰를 갖고 대학배구와 한국배구 전반에 대해 들어 보았다.

한국배구의 살 길은 '기본기'

-1990년대 대표선수 시절과 현재 한국 대표팀을 비교한다면

“그동안 한국 배구는 너무 성적만을 올리는데 급급하고 기본기를 등한시 했다. 점점 외국팀과의 실력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네이션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러시아를 비롯 미국, 폴란드 등 세계 강국들은 기본기에 의한 배구를 철저하게 구사한다. 1990년대 내가 대표선수를 할 때만해도 이정도로 차이가 벌어지지 않았다. 현재는 세계랭킹이 20위권 정도인데, 예전 1990년대는 7~8위권 정도는 지켰다. 대표팀이 기본기에서 밀리며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한국남자배구가 부족한 기본기는 어떤 것인가..

“배구의 기본은 리시브와 토스이다. 이 두 개가 불안하면 공격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배구는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을 펼쳐야 하는데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고서는 토스와 공격을 마음 먹은대로 하지 못한다. 속공, 시간 차 공격 등 다양한 공격을 하지 못하고 단조로운 오픈 강타만을 해 가지고는 강팀들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

- 기본기를 보완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우리 선수들은 키가 크면 일단 공격부터 배운다. 곧바로 대회에 나가 성적을 내 상급학교로 진학시키기 위한 때문이다. 하지만 지도 방법을 반대로 해야한다. 리시브, 토스 등 기본기부터 익한 다음 공격을 배워야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다. 초등, 중등 때부터 철저히 기본기에 의한 훈련을 익혀야 하는 이유이다. ”

-프로배구가 출범한지도 10년 이상 됐는데, 오히려 국내 배구는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됐다는 말인데.

“ 프로배구는 물론 전체 배구계의 책임이다. 지금이라도 기본기에 의한 배구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배구는 기본기를 배우는 게 농구 등 다른 종목에 비해 더 시간이 걸린다. 짧게는 3~4년, 길게는 10여년 이상 걸린다. 철저한 리시브 능력과 토스 능력을 배우고 익혀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대학배구 최고의 지도자

-지난 달 30일 끝난 2020대학배구 U리그에서 에선 전적 포함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는데.

“쉽지 않은 우승이었다. 라이벌 인하대와 예선과 결승에서 두 번 맞붙었다. 예선에선 3-1로 이겼는데, 결승에서는 풀세트 접전을 치르며 3-2로 어렵게 승리했다. 우리 팀 선수들은 1,2학년들이라 경험이 다소 부족하지만 젊음과 패기로 맞서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다.”

-대학배구팀 간 전력 비교를 한다면.

“이번 대회 결승에서 격돌한 인하대와 봄철 대회 우승팀 성균관대, 중부대 등이 우리 홍익대와 4강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 팀은 봄철 대회 결승에서 성균관대에 1-3으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었다. 지난 8월 무안대회에서 성균관대를 3-1로 꺾고 패배를 설욕했지만 대회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대회 도중 취소돼 아쉬움이 컸다.”


-홍익대가 대학배구의 강자로 올라설 수 있었던 요인은.

“지난 2017년 U리그우승이후 준우승만 여러 번 했다. 올해 선수들이 저학년으로 구성돼 성적을 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1학년 레프트 정한용, 센터 김준우, 2학년 레프트 이준, 센터 정태준과 2학년 세터 정진혁이 두루 제 몫을 잘 해줬다. 특히 U리그 최우수 선수 이준은 레프트 주공격수 이면서 서브리시브를 전담하며 공격력을 이끌었다. 앞으로 좋은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이다. 내년에는 우리 선수들이 한 학년 올라가면 더 원숙한 플레이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0년동안 성균관대와 홍익대 감독을 맡으면서 많은 선수들을 배출했는데, 기억에 남는 선수는.

“그동안 100여명 이상의 선수를 배출했다.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 등 많은 제자들을 키워낸 것을 큰 보람으로 삼는다. 특정 선수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고 나를 거쳐간 모든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해주고 싶다.”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어려움이 많았을텐테.

“올초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없었다. 선수들은 온라인 수업을 받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격리 생활로 인해 불규칙적으로 훈련을 했다. 운동량이 적었고, 선수 관리도 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천만 다행이다.”

늦깍이로 꽃핀 배구 인생

박종찬 감독은 부산 사직중학교 3학년때 체력장 입시 테스트에서 체육교사에 우연히 눈에 띄여 배구 선수를 시작헀다. 1970년대 아시아 최고의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강만수의 모교인 부산 성지공고로 진학한 그는 배구를 한 지 1년여만에 주전을 꿰차고 전국대회에서 주목 받았다. 청소년 대표를 거쳐 성균관대에서 대학 최고의 센터로 위력을 떨쳤다. ‘블로킹의 달인’이라는 말을 들으며 대학 3학년때 국가대표로 발탁됐으며 실업 명문 현대자동차써비스에 센터 1순위로 스카우드됐다.

-보통 초등학교 때 배구를 시작하는데.

“나는 매우 이례적인 선수였다. 중학교 때 시작해 배구선수로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운도 따랐다. 선배들이 갑자기 부상을 당했거나, 운동이 싫어서 그만두는 바람에 일찍이 주전을 맡을 수 밖에 없었다. 기본기를 배워가면서 운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현역 시절 최고의 센터로 명성을 날렸는데.

“나는 센터로서는 작은 키(193cm)이다. 높은 점프력과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냈다. 현대자동차써비스 소속이던 1994년, 1995년 슈퍼리그에서 2연패를 이끌었다. 윤종일, 제희경 등 2m 장신센터 선배들과 함께 좋은 팀웍을 맞췄다. 고려증권과 삼성화재 등 라이벌 팀과 명승부를 펼쳤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센터로서 이단토스를 잘했던 것으로 아는데.

“사실 센터들이 토스를 잘 하기는 어렵다. 블로킹을 막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센터는 블로킹 못지않게 이단토스 능력이 있어야 한다. 패스-토스-공격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삼단 토스와 함께 센터가 직접 토스해 공격하는 이단 토스는 다양한 공격루트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현역 때 이단토스를 많이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지금도 센터들에게 이단토스 능력을 키울 것을 많이 주문한다.”

-국내 배구에서 가장 좋아했던 롤모델은.

“대학선배이자 국가대표 선배였던 노진수 감독님이다 .현재 경북 금오중 배구팀 감독을 맡고 계시는데 현역 시절 ‘배구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정말 배구를 잘 하셨다. 공격, 수비 등 모든 면에서 잘 했던 분이셨다. 지금도 간혹 연락을 주고 받고 있는데 예전 현역 때 얘기를 많이 한다.”

20년째 대학 배구를 지키고 있는 박종찬 감독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배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국가대표팀이나 프로 배구팀에서 지도력을 한 번 발휘하고 싶어한다. 청소년 대표팀,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감독을 맡아 지도한 경험이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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