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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46. 키움과 ‘강을 건널 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2020-11-03 06:45

강을 건널 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적전분열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지휘관 교체의 힘을 지닌 사람은 흔히 그런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극약처방이라도 내려서 분위기를 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이다.

[프로야구 손자병법] 46. 키움과 ‘강을 건널 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극약처방은 핑계일 뿐이다. 흔히 자진사퇴 형식을 빌리고 이런저런 구실을 총동원하지만 결론은 대부분 장수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장수 바꾸기는 결국 면피용이고 장수라도 바꿔 분위기를 쇄신, 성공적인 진격을 하고 하고 싶지만 결론은 역풍이고 그래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매우 힘들다. 더욱이 강 저쪽 기슭에 거의 도달했다면 그건 절대 금기다.

2020년 시즌 프로야구 장수 바꾸기는 두 번. 첫 번째는 6월 7일의 한화. 14연패를 하자 한용덕 감독 자리에 최원호 2군감독을 앉혔다. 겨우 30경기를 한 시점이어서 바꿀 수도 있었지만 연패는 그 후로도 이어졌고 자칫 100패를 할 벼랑까지 몰렸었다.

한화 감독의 중도퇴진은 2017년에도 있었다. 43경기를 치른 김성근 감독을 아웃시키고 한용덕을 감독으로 중용했다. 반전을 노렸겠지만 두 차례의 처방은 모두 실패했다.

2017년은 9위에서 8위로 한 계단이라도 올랐지만 올해는 그대로 바닥이다. 무리수를 두었는데도 시즌 성적에 도움 된 것이 전혀 없고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움직임도 없었다. 그때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왜 그랬을까 싶다.

두 번째는 막판 순위다툼전이 치열했던 10월 8일. 키움은 첫 시즌을 맞이해 나름 선전을 하고 있던 손혁 감독을 갑자기 갈아치웠다. 시즌 초, 중반에 비해 발걸음이 다소 주춤거리긴 했으나 3위를 달리고 있고 그 이상을 바라볼 수도 있는 시점이었다.


역시 자진사퇴 형식이었다. 역대 최악의 장수 바꾸기였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그저 임명권자(?)의 ‘갑질 화풀이’에 불과한 것이었다. 오죽하면 ‘자진 사퇴’겠느냐마는 그건 말에서 내린 장수도 잘못이고 말에서 내리게 한 책임자는 더더욱 나쁘다.

강 가운데에선 장수를 바꾸는 건 아니다. 어떤 경우든 득보다 실이 많다.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하는 경우라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보다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대체 장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키움은 아무것도 없었다. 드라마틱한 순위 상승의 기회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지친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며 이끌고 나갈 명장도 없었다. 키움의 ‘대체 장수’는 생면부지의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였다.

이해불가였다. 누구든 하면 그만이니 자격이 없다고 해선 안 되겠지만 프로야구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그래서 감독과는 거리가 한참 먼 인물이었다. 상식선에서 봤을 때 결코 상식적이지 않는 조치였다.

키움 그라운드에도 심한 역풍이 불었다. 2위와 한 게임차에 불과, 충분히 치고 오를 수 있었지만 별 힘도 못쓰고 5위로 미끌어졌다. 그리고 11월 2일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살리지 못하고 연장 13회 LG에게 1점차(3-4)로 패해 포스트시즌 한경기만에 가을 야구를 끝냈다.

강 기슭 바로 앞에서 장수를 끌어내린 키움. 감독이 말 그대로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면 ‘감독 퇴진 이후 5위를 하게하고 준플레이오프전 첫 판에 나가떨어지게 한 책임자’는 구단주든 구단주 대행이든 당연히 ‘자진 사퇴’해야 앞뒤가 맞을 듯 하다.

장수는 많아도 딱 맞는 장수는 의외로 없다. 감독의 첫 번째 덕목이 ‘참는 것’이듯 어떤 위치에 있든 야구를 하는 모든 사람의 덕목 역시 ‘잘 참는 것’이다. 레이스중엔 더 더욱.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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