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PBA챔피언십 2020서바이벌 88강전이 끝났을 때 그 누구도 김세연을 주목하지 않았다. 조 3위로 탈락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구제 케이스가 없었다면 64강전에도 나설 수 없었다. 64강전과 32강전에서도 그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모두 2위로 턱걸이하며 겨우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하지만 16강전 맞대결 때부터 그의 무서운 기세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4명이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집념의 기운이 1-1 맞대결에선 상대에게 바로 전달되었고 그의 빠르고 공격적인 샷에 상대 선수들은 주눅 든 듯한 플레이를 했다.
88강 서바이벌전에서 그를 억눌렀던 김은빈은 8강전에서 완파했고 32강전에서 아픔을 안긴 이유주는 4강전에서 격파했다. 모두 2-0 완승이었다. 맞대결 3게임에 걸린 시간이 100분이 채 되지 않았다.
김세연의 집중력은 ‘결승 불패’ 임정숙과의 결승(3일)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임정숙의 가벼운 샷 공격에 두 세트를 허무하게 내줘 0-2로 몰린 상황. 또 다시 준우승에 머무는 분위기였으나 그 벼랑 끝에서 그는 다시 한번 집중력을 쏟아내며 대 반전의 스토리를 쓰기 시작했다.
“또 준우승인가 생각했죠. 하지만 그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습니다. 지더라도 한 세트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3-0으로는 지지말자며 생각을 한데 모은 김세연은 임정숙의 실수를 틈타 3세트를 11-0으로 마무리했다. 기사회생의 승리 속에 4세트는 잘 풀렸다. 뱅크 샷 2개로 4-0까지 앞섰고 연이은 뱅크 샷 성공으로 6-2의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12이닝에서 10점째를 올려 매치포인트만 남겨 놓았다. 긴장이 다소 풀어지는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공도 잘 오지 않았다. 이어지는 공타에 공타가 8번이나 이어졌다.
“죽을 맛이었죠. 겨우 한 점 남겨놓았는데..”
임정숙도 공타를 남발하며 좀처럼 앞서 나가지 못했다. 그로선 다행이었다. 그 한 점은 9번째 시도 끝에 나왔고 승부는 2-2,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큰 고비를 넘기자 샷이 부드러워졌다. 5세트 1이닝 첫 샷을 0:2에서 시작했으나 1점씩 모아 금방 따라 잡았고 기회가 오자 과감하게 뱅크 샷으로 승부를 걸었다. 원 뱅크 2개로 8점에 도달한 후 마지막 챔피언 포인트도 원뱅크 샷으로 마무리 했다.
“마음을 모으니 초이스가 잘 보였죠. 운도 따랐고요. 전 제 공을 칠뿐입니다. 상대방은 보지 않습니다.”
우승에 대한 열망. 지난 대회 결승에서 한 번 져 본적이 있어 더 강해졌다. 준우승의 그 아픔이 김세연을 훈련장으로 몰았고 피나는 훈련이 경기 몰입도를 한껏 높였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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