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송환되는 풋볼 리크스 운영자 루이 핀투(가운데).[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4231525230746736a83130ca222111204228.jpg&nmt=19)
벤피카 등 유럽 축구 구단의 내부정보를 해킹해 '풋볼리크스'라는 폭로 사이트를 운영한 해커 루이 핀투(31·포르투칼)의 재판에 배정된 판사가 벤피카 구단의 팬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핀투는 맨시티가 UEFA의 재정적 페어플레이규정(FFP)을 위반한 정황을 드러낸 내부 문서와 축구 스타들의 탈세 사실을 폭로해 유럽 축구계를 뒤흔들었다.
뉴욕타임즈는 22일(이하 현지시간) "벤피카의 기밀정보를 빼돌린 혐의가 있는 루이 핀투의 사건에 벤피카 팬으로 알려진 파올로 레지스토 판사가 배정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레지스토 판사는 사건 배정이 완료된 뒤 개인 SNS에 올린 벤피카와 관련된 게시물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현지 언론에 발각되었다. 특히 해당 판사는 핀투를 '해적'이라고 묘사한 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전해졌다.
레지스토 판사는 이미 한 차례 벤피카와 관련된 사건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8년 벤피카 구단의 법무팀장이었던 파올로 곤칼베즈의 비리사건을 판결한 재판부 세 명 중 한 명이었다. 당시 레지스토 이외에 나머지 두 판사는 벤피카 구단의 MD상품과 프라임 좌석 유통권과 관련해 특혜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벤피카의 팬인 판사가 벤피카와 관련된 사건을 판결하는 경우가 더 있다는 것이다. 작년 3월 에두아르도 피레 판사는 벤피카로부터 50년 이상 구단을 후원해야 얻을 수 있는 금독수리 배지를 받았다. 또한 그는 벤피카 구단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었다.
해당 판사는 벤피카의 라이벌 구단인 FC포르투에서 벤피카의 기밀 문서를 TV프로그램에 유출시켰다는 혐의로 진행된 사건을 맡았다. 당시 벤피카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피레 판사를 재판에서 배제해달라는 요청이 있자 부장판사는 "피레 판사의 벤피카에 대한 열정이 그가 불공정한 판단을 한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며 이를 기각했다. 재판이 끝난 후 그는 구단의 초대를 받아 훈련시설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피카가 사법권과 깊은 관계에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포르투칼 프로축구협회장을 지낸 마리오 피궤이레도는 "포르투갈 역사에서 축구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를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포르투갈의 빅3팀인 포르투와 벤피카 스포르팅 리스본은 내 재임기간 동안 한번도 기소된 적이 없다"며 포르투갈 주요 축구 인사들이 사법권의 비호를 받는 것을 에둘러 시인했다.
이와 관련해 벤피카 구단 대변인은 22일 "인터넷에서 떠도는 얘기를 공신력이 있는 언론에서까지 믿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밝히면서 음모론임을 주장했다. 이어 "구단은 법적으로 부정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편 핀투는 작년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잡혀 포르투갈 검찰의 요청에 따라 환송되었다. 그 후 기밀 유출 및 사기 등 147개의 범죄 혐의를 받고 구치소에 수용되었다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8일 포르투갈 경찰 소유 건물에 가택연금 되었다. 핀투의 재판은 올 여름 열릴 예정이다.
[이태권 마니아리포트 기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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