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디캡 10의 유상철 위원은 홀인원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홀인원은 어려운 홀 셋업과 핀 위치 속에서 나왔다. 티 샷한 볼은 벙커와 그린 입구 사이의 좁은 공간에 떨어졌고 몇 번의 바운스 이후 굴러가다가 홀에 빨려들어갔다. 홀로 빨려들어가지 않았다면 홀을 많이 지나갈 정도의 세기였다. 유 위원은 골프를 한지 올해로 19년이 됐다고 했다.
홀인원은 실력, 운 어느 쪽이 더욱 많이 작용할까?
그동안은 '그래도 실력' 쪽이라고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여러 정황을 놓고 봤을 때 실력보다는 운이 정말 크게,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이유는 이렇다.
유러피언투어는 최근 3년동안 홀인원 이벤트를 했다. 에듀아르도 몰리나리(이탈리아)가 첫 주자였고 브랜든 스톤(남아공), 앤디 셜리번(잉글랜드)이 그 뒤를 이었다. 파3 홀에서 500번의 기회 중에서 홀인원을 할 수 있는 지의 여부였다. 첫, 두 번째 주자인 몰리나리와 스톤은 실패를 했다. 하지만 셜리번은 230번째 샷에서 에이스를 기록했다. 세 번의 도전 과정을 보면 프로의 홀인원 확률은 1230분의 1이다. 그동안 프로 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2500~3000분의 1이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번 도전을 통해 그 확률을 절반 이내로 확 줄였다.

실력이 우선이라면 타이거 우즈가 손쉽게 홀인원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투어 통산 81승째(투어 최다승에 1승 뒤진)를 기록한 타이거 우즈의 홀인원 확률도 정말 낮다. 우즈는 골프를 시작한 이래 총 20개의 에이스를 기록했다. 우승 횟수의 4분의 1 수준이다. 에이스 20개는 우즈가 올해 마스터스 나흘동안 기록한 버디 개수(22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즈는 공식 대회에서는 홀인원을 단 세 차례 기록했다. 그레이터밀워키오픈(1996년), 피닉스오픈(97년), 스프린트인터내셔널(98년)이다. 우즈는 미국PGA투어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총 325개 대회에 출전했다. 1개 대회 당 4개의 파3 홀이 있고 대부분 4라운드를 플레이 했기 때문에 총 5200개 내외의 파3 홀을 플레이 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3개의 홀인원을 했기 때문에 우즈가 대회에서 홀인원을 한 확률은 0.057%에 지나지 않는다. 투어의 코스 세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정말 낮은 확률이다.
미국여자프로(LPGA)투어 최다승(88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케이시 위드워스(미국)도 선수 생활 동안 11개의 에이스만 기록했다. 미국LPGA투어 다승 3위(72승)의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선수 생활 내내 단 3개의 홀인원(1999, 2001,02년)만 작성했다. 이러니 홀인원이 '운' 쪽의 확률이 높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김시우는 발레로텍사스오픈 2라운드 16번 홀에서 167야드를 9번 아이언으로 공략해 에이스를 만들어냈다. 이미향은 올해 첫 여자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 3라운드에서 5번 하이브리드로 한 샷이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선화는 한국LPGA투어 셀트리온퀸즈에서 180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한 샷이 홀로 사라지면서 투어 입문 20년만에 첫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말 골퍼의 홀인원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올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5월 중순 현재 43개소의 골프장에서 모두 518번의 홀인원이 나왔다. 현재까지 홀인원이 가장 많이 나온 골프장은 경기도 용인 소재의 태광으로 총 35개다.
지난해는 총 60개의 골프장에서 1818개의 홀인원이 쏟아졌다. 골프장 당 평균 30번 꼴이다. 지난해 홀인원이 가장 많이 나온 골프장은 경기도 용인의 아시아나로 총 98번이었다. 현재 국내 골프장이 약 500여 개소이기 때문에 추산한다면 연간 약 1만5000번 내외의 홀인원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추정치가 그렇다. 그 안에 든 골퍼라면 '억세게'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노수성 마니아리포트 기자/cool18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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