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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심판사고’ V-리그, 심판이 부족하다

올 시즌 27명으로 전 경기 소화, 시즌 중 이탈로 비상 운영 체제

2017-12-22 16:27

시즌 중 연이어 발생한 심판사고. 결국 V-리그는 리그 운영의 치명적인 위기를 맞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연맹 대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앞서 19일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의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3라운드에서 발생한 오심 논란의 책임을 물어 전례 없는 중징계를 내렸다.

해당 경기의 주심과 부심에 무기한 출장 정지를, 경기감독관과 심판감독관에 무기한 자격정지를 명령했다. 신춘삼 운영위원장과 주동욱 심판위원장에게도 관리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했다.

앞서 KOVO는 지난 10월에도 심판 배정표가 유출돼 전 심판위원장에 5년간 연맹 관련 업무자격 정지, 한모 심판에 2년간 자격정지, 이모 심판에 1라운드 배정 중지의 징계를 했다. 올 시즌 연이은 심판 관련 문제가 발생하자 중징계를 통해 각성의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 19일 열린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의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3라운드는 심각한 오심 논란으로 해당 경기의 주심과 부심이 무기한 출장 정지, 경기감독관과 심판감독관도 무기한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당했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지난 19일 열린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의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3라운드는 심각한 오심 논란으로 해당 경기의 주심과 부심이 무기한 출장 정지, 경기감독관과 심판감독관도 무기한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당했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KOVO의 중징계, 후폭풍이 기다린다

현재 V-리그는 한 경기에서 주심과 부심, 대기심까지 3명의 주부심급 심판과 선심 4명과 기록심 2명 등 6명의 선심급 심판이 투입된다. 총 9명의 심판이 매 경기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V-리그는 국내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심판이 투입되는 종목이다.

참고로 프로야구는 구심과 1루심, 2루심, 3루심, 그리고 대기심까지 한 경기에 총 5명이 투입된다. 축구는 주심과 2명의 선심에 대기심까지 총 4명이다. 농구는 대기심 없이 3명의 심판이 코트에 투입된다. 다만 종목마다 플레이오프 등 특별한 경우에는 추가 심판이 투입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프로배구는 고정적으로 9명의 심판이 투입된다.

경기당 투입되는 심판의 수가 가장 많은 종목의 특성에도 KOVO는 올 시즌 주부심급 심판 9명과 선심급 심판 18명으로 시즌 전체를 치른다는 구상을 세웠다. 최대 하루에 2경기가 열리는 만큼 3개 조로 나누어 쉴 틈 없이 심판진을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의 연이은 심판 관련 징계로 V-리그는 벌써 3명의 주부심급 심판이 코트에 나서지 못한다. 6명만 남은 탓에 선심급 심판 3명을 급히 주부심급으로 올려 남은 시즌을 치르기로 했다. 이들은 주부심 역할과 선심 역할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한된 심판 구성원으로 시즌을 치러야 하는 만큼 어쩔 수 없는 미봉책이다.

적어도 4개 조가 활동해야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할 수 있지만 현재 V-리그 심판진에 휴식은 ‘그림의 떡’이다. 선수들은 경기 후 휴식을 취하지만 심판은 그러지 못한 채 곧바로 다음날 경기에 투입되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아카데미의 모습. KOVO는 매 시즌을 앞두고 심판 보수 교육 등으로 심판 질적 향상을 이끌고 있지만 현역 심판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한 것이 현실적인 문제다.(사진=KOVO 제공)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아카데미의 모습. KOVO는 매 시즌을 앞두고 심판 보수 교육 등으로 심판 질적 향상을 이끌고 있지만 현역 심판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한 것이 현실적인 문제다.(사진=KOVO 제공)
◇ 위기의 V-리그, 심판 문제 해결책은?

비단 심판뿐 아니라 경기감독관과 심판감독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한된 숫자로 시즌을 운영하는 상황이라 올 시즌처럼 사고가 연이어 발생할 경우 남은 일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위기를 만날 수밖에 없다. 잔여 경기에 심판위원장, 경기위원장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V-리그 현역 심판 A씨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그야말로 비상상황이다. 쉬지 못하고 계속 경기에 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심판은 “전에는 30명이 넘었던 심판의 수를 질적 향상을 위해 계속 축소해왔다”면서 “크게 문제가 없었는데 (많은 심판이) 장기간 출장정지 징계를 받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휴식 없이 사실상 매일 경기에 투입되는 심판원의 문제는 KOVO 역시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KOVO는 현역 심판의 처우를 개선하고 매 시즌 심판원의 수를 늘리기 위해 은퇴 선수 등 예비 심판원을 찾고 있지만 호응도가 높지 않았다. 심지어 심판에 도전했던 이들도 시즌 중 포기하는 이도 많아 KOVO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KOVO는 현재 활동하는 심판의 질적 향상을 위해 매 시즌을 앞두고 보수 교육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V-리그에서 활약하는 심판의 수를 늘리기 위해 기존의 심판과 신규 강습생 등이 참가하는 심판 아카데미도 개최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결과는 부족한 상황이다.

V-리그가 직면한 심판원 부족 문제에 대해 현역 심판 A씨는 “단기적인 심판 수급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일반인이나 심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심판은 선수 경험있는 이들이 유리하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를 심판으로 육성하는 등의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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