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아직 그들의 도전이 끝난 것이 아니다. 비록 좋지 않은 시작이지만 아직 우승의 꿈은 접지 않았다. 화려한 반전 드라마를 꿈꾸는 부산이다.
1차전 패배는 힘든 일정을 소화한 탓에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부산의 약점이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다. 챌린지에서 최소 실점(30점)을 기록한 부산이었지만 이날 수비진의 발은 무거워 보였다. 울산의 공격진에 적잖이 흔들렸다. 공격의 날카로움도 다소 상실됐다.
어쩔 수 없었다. 부산은 지난 18일 아산 무궁화와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22일과 26일 상주 상무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목표로 삼은 승격을 달성하기 위해 매 경기 전력으로 나서느라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소진됐다.
특히 지난달 10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故 조진호 감독을 위해 선수들은 뛰고 또 뛰었다. 승격이라는 분명한 선물을 선사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승부차기 끝에 상무에 패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데 실패했다. 선수들은 승격 좌절 이후 그라운드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마냥 슬퍼할 수 없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달린 FA컵 결승전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승엽 감독대행은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고생하는 이정협, 임상협 등 주축 선수들을 빼고 결승 1차전에 나섰다. 선수들은 뛰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지만 이 감독대행은 선수 생명을 우선 생각했다. 이정협은 "보호 차원에서 감독님이 제외해주셨다. 배려에 감동했다"며 "마지막 홈 경기였기 때문에 뛰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다. 결장하게 됐으니 2차전에서 어떤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허무하게 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은 제대로 된 공격조차 펼치지 못하고 0-2 완패를 당하는 듯 보였지만 경기 막판부터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반 39분 추격의 골까지 뽑아냈다. 이후 분위기도 부산이 주도했다. 비록 경기를 뒤집지 못했지만 울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부산이었다.
이 감독대행도 이 부분이 2차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골을 너무 쉽게 허용한 부분은 분명히 아쉽다"면서도 "0-2와 1-2는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2차전에서 공격적으로 하다 보면 역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에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열의를 불태웠다.
부산이 만약 2차전에서 반전을 만든다면 FA컵 역사가 된다. FA컵 역사상 챌린지팀이 결승에 오른 것은 부산이 최초다. 지금까지 K리그 챌린지 소속 팀의 최고 성적은 지난해 부천FC가 기록한 4강이다. 승강제 도입 이전에는 내셔널리그 소속의 울산현대미포조선이 결승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우승까지 달성하지 못했다. 부산은 최초 기록에 도전한다.
故 조진호 감독을 위해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는 부산. 챌린지의 한계가 아닌 역사로 남으려는 그들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된다.
부산=CBS노컷뉴스 송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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