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존 람 사건’으로 돌아 본 ‘렉시법’의 타당성 논란

2017-07-10 17:36

렉시톰슨법의주인공렉시톰슨.사진=마니아리포트DB
렉시톰슨법의주인공렉시톰슨.사진=마니아리포트DB
[마니아리포트 김현지 기자] 골프의 본질은 양심에 따른 규정준수인데...

지난 4월 미국프로여자골프(LPGA)투어에서는 경악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LPGA ANA 인스퍼레이션 4라운드 12번 홀까지 2위에 2타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던 렉시 톰슨(22, 미국)은 경기 중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듣게 됐다.

이는 톰슨이 지난 3라운드에서 볼 마크 후 리플레이스 과정에서 정확한 위치에 볼을 놓치 않아 오소 플레이에 대한 2벌타가 주어졌으며, 이미 제출한 3라운드 스코어카드에 2벌타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기 플레이 역시 적용돼 도합 4벌타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렉시 톰슨은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 당시 잘못된 플레이가 나왔지만 일부러 그런게 아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순식간에 4벌타를 받은 톰슨은 결국 연장 승부 끝에 유소연(27)에게 우승을 내어줬다.

무엇보다 이 사건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톰슨의 오소플레이를 지적한 것이 동반 플레이어나 경기위원도 아닌 TV 중계 시청자였다는 점이다. LPGA는 TV 시청자가 LPGA측에 보낸 이메일을 보고 위반 사실을 파악해 뒤늦게 벌타를 부과했다.

이에 수많은 프로 골퍼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2, 미국)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청자가 경기위원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케빈 나(34, 미국) 역시 “프로야구 역시 잘못된 플레이나 오심에 대해 시청자가 전화해 결과가 뒤바뀌는 일이 없지 않냐”고 이야기했다. 이어 스마일리 카우프먼(26, 미국) 역시 “쇼파에서 치토스 먹던 시청자가 대회 결과에 개입할 수는 없다”고 했고,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32, 미국)도 “다른 종목에 이런 일이 없는데 왜 골프 선수만 이런 일을 당해야하냐”며 입을 맞췄다.

또한 지미 워커(38, 미국)는 “이러한 일이 계속된다면 중계 화면에 노출이 많이 되는 스타 플레이어의 경우 시청자들의 감시를 더 많이 받아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며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뒤를 이어 필 미컬슨(47, 미국), 안니카 소렌스탐(47, 스웨덴), 리디아 고(20, 뉴질랜드), 로리 매킬로이(28, 북아일랜드), 저스틴 토머스(24, 미국), 앨리슨 리(22, 미국) 등 수 많은 골프 스타들이 시청자 제보로 인한 벌타와 오기 플레이 추가 벌타는 너무 가혹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일명 ‘렉시법’이라고 불리는 새 골프 규칙을 제정했다.

규칙 34-3/10에 따르면 육안으로는 판별할 수 없는 증거를 영상으로 밝힐 경우, 또 선수가 해당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비디오 영상을 통해 규칙 위반 사실이 드러난다 할지라도 규칙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즉, 이 규칙은 골프의 본질인 ‘양심에 따른 규정준수’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정직성과 판단을 최우선하며, 정확한 위치 측정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했다고 판단된다면 이에 대한 벌타를 부과하지 않는다.

아이리시오픈우승자존람.사진=AP뉴시스
아이리시오픈우승자존람.사진=AP뉴시스
하지만 렉시법이 제정된 지 불과 3달도 지나지 않아 이 법의 실효성과 유효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생겼다.

10일(이하 한국시간)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아이리시 오픈’ 우승자 존 람(23, 스페인)의 플레이가 도마에 올랐다.

아이리시 오픈 최종 라운드 6번 홀에서 람은 2위와 5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선두 람은 6번 홀 그린에서 자신의 볼 마크 위치가 동반 플레이어인 다니엘 임(32)의 퍼팅 라인에 걸리자 자신의 퍼터를 이용해 힐 뒤쪽에 있던 마커를 들어 토우 앞쪽으로 옮겼다. 람은 임이 퍼팅을 마치자 다시 자신의 퍼터를 이용해 볼 마커를 제자리로 옮겼고 이 과정에서는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에서 문제가 생겼다. 애초에 볼의 오른쪽에 마커를 놓았던 람은 리플레이스 과정에서 마커의 앞부분에 자신의 볼을 놓았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경기위원 앤디 맥피는 경기 중 13번 홀에서 람을 만나 6번 홀 그린 위에서의 상황에 대해 의논했다. 이에 람은 “내 눈이 본 대로 정확한 위치에 볼을 놓았다”며 결백을 주장했고, 이와 같은 람의 의견은 받아들여졌다. 결국 렉시법에 힘 입어 람은 벌타 없이 플레이를 마칠 수 있었다.

이에 프로선수 출신 분석가 스티브 플레시는 “정말 놀랍다. 같은 상황에서 톰슨은 4벌타를 받았는데, 람은 그러지 않았다”며 비판했고, 다른 전문가들 역시 “람의 플레이는 충분히 의심스러웠다. 벌타를 받아야한다”며 일부는 “람이 정말 신사라면 제대로 벌타를 받았어야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5타 차 선두가 3타 차 선두로 바뀌며 판도가 뒤바뀔 수 있었던 상황에서 람의 부적절한 행위가 받아들여진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스스로에게벌타를부여해이글을반납한어니엘스.사진=AP뉴시스
스스로에게벌타를부여해이글을반납한어니엘스.사진=AP뉴시스
물론 렉시법이 필요하지 않은 선수도 있다. ‘황태자’ 어니 엘스(48, 남아공)는 유러피언투어 BMW 챔피언십 1라운드 12번 홀(파5)에서 세컨드 샷이 벙커 옆 턱에 깊게 박히자 볼 확인을 위해 꺼냈다가 다시 리플레이스 했고, 이후 서드 샷이 홀 컵으로 빨려들어가며 이글을 기록했다. 하지만 엘스는 “샷이 너무 잘 맞은 게 의심스럽다. 리플레이스 과정에서 처음처럼 볼을 깊게 넣지 않은 것 같다”며 스스로에게 오소 플레이로 2벌타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렉시 톰슨 사건 당시 필 미컬슨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역시 볼 마킹을 제대로 하지 않는 선수들이 몇몇 있다. 심지어는 2~3인치 앞에 볼을 놓는 선수가 있다”고 했고, 케빈 나 또한 “선수들 역시 볼 마킹으로 눈속임을 하는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습관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즉, PGA투어 멤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존 람과 같은 사건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이번 존 람의 사건과 같이 비디오 판독과 상관없이 선수 개개인의 양심과 판단에 옳고 그름을 맡기는 ‘렉시법’의 유효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928889@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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