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 ① 국정농단 사태가 불러온 방송연예가의 봄 ② 문화예술계 뒤흔든 '블랙리스트' 왜 위험할까 ③ '세대교체' 바람 속 웃고 운 아이돌 ④ 잘나가던 한류의 '한한령' 수난시대 ⑤ 표현의 자유 빼앗긴 영화계에도 봄은 오는가 <계속> |
표현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영화계의 투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박근혜 정권 들어 영화게에서는 끊임없이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지난 2013년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극장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지원 사업에서 탈락되고, 2014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부산시로부터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 세월호를 다룬 영화들은 대형 멀티플렉스들에게 이유없이 홀대를 받았다.
2016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 영화계는 각종 검열에 시달려왔다. 부산영화제를 중심으로 올 한 해 벌어졌던 영화계 표현의 자유 논란을 짚어봤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이자 국내 최고의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화려한 수식어들은 이제 옛말이 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2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해촉이 결정되면서 2015년 간신히 치렀던 성년식마저 그 빛이 바랐다. 감사 결과에 의해 이 전 위원장이 횡령 혐의로 검찰 고발되자 영화계는 곧장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부산시와 맞섰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비대위)는 이 전 위원장에 대한 고발이 2014년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라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요구를 거부한 것에 대한 보복성 고발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동시에 당시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있던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퇴와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한 정관 개정을 요구했다.
영화인 비대위에 속한 9개 영화인 단체는 부산영화제가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보이콧'을 결의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영화인들이 할 수 있는 필사의 선택이었다.
결국 서병수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별다른 사과는 없었다. 조직위원장을 대신할 이사장 자리에는 이전에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올랐다. 이로써 부산영화제는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체제로 정비됐다. 영화인들이 요구해왔던 정관개정 또한 연내 이뤄졌다.
그러나 영화인 비대위에 속한 4개 단체는 여전히 보이콧을 거두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멈추고, 명예회복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시 이 전 집행위원장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내상이 치유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단체 보이콧을 결정함에 따라 거물급 감독들과 배우들의 참여는 많이 줄었다. 올해 개최가 뒤늦게 결정돼 기업들의 협찬 또한 쉽지 않았다.
외부 요인도 물론 있었다. 개막식 전날 태풍 피해와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부대 행사가 축소돼 흥겨운 축제 분위기가 침체됐다. 실제로 영화제를 찾은 관객수는 지난해보다 6만2천228명 줄은 16만5천149명에 그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영화계는 또 다른 전화점을 맞이했다.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등장한 것.
그가 2014년 9월 5일에 쓴 메모에는 '다이빙벨-교문위-국감장에서 성토 당부(신성범 간사) 부산영화제 MBC 이종인 대표 이상호 출품', 9월 6일에는 '다이빙벨-다큐 제작 방영-여타 죄책(죄를 물음)'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메모는 계속 이어진다. 9월 20일에는 '다이빙벨 상영할 것으로 예상됨->수사', 10월 22일에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을 뜻하는 '장'(長) 표시와 함께 '다이빙벨 상영-대관료 등 자금원 추적', 10월 23일에는 '시네마달 내사-다이빙벨 관련'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결국 청와대는 세월호 구조에서 정부의 무능을 꼬집은 영화 '다이빙벨'을 표적으로 삼아 검열을 계속해 왔고,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도 그 연장 선상에 있었던 셈이다. 메모에 적힌 계획대로 '다이빙벨' 배급사였던 시네마달은 내사를 받았다.
올해에도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 다운'을 배급했던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배급하는 것 자체가 많이 차단되어 있다. 멀티플렉스는 대관을 한다고 해도 아예 못 들어간다"면서 실제로 세월호 관련 영화 제작이나 배급을 하는 경우 정부 지원작으로 선정되지 않고, 정부 지원금이 깎이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밝힌 바 있다.
한 독립영화계 관계자는 "문화체육부(이하 문체부) 관계자가 '다이빙벨'을 상영한 영화관들에 대해 앞으로 지원을 받기 힘들어 질 것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고 문체부에 실질적인 극장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사실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는 사이, 영화계는 독립영화인들을 중심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독립영화인들은 지난달 21일 "박근혜 정권의 문화정책은 끊임없이 문화예술인의 '시대정신'과 '표현의 자유'를 죽이는 방향으로 일관되어 왔다. 영화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국정농단으로 전 국민을 우롱한 박근혜는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특히 영진위와 문광부가 정권 아래에서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하면서 "조윤선 문광부 장관을 비롯해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과 차은택의 모든 부역자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에는 한국영화독립협회를 포함한 8개 영화 단체들이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과 박환문 사무국장을 고발했다.
영화단체인들은 "한국의 영화발전을 위해 힘써야 할 영진위의 수장 김세훈 위원장과 사무국의 관장 업무를 총괄 처리하며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해야하는 박환문 사무국장은 누구보다 청렴을 중요시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추진비를 무분별하게 남용, 심각한 도덕적 해이 및 법령을 위반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계는 불공정한 밀실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영진위의 시대 역행적 행태와 김세훈 위원장, 박환문 사무국장의 책임회피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영화인들은 이번 고발을 시작으로, 영진위가 진정 한국영화발전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날 때까지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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