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에서 조정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유명인사다. 그러나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이제 막 단단한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아마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의 주인공을 조정석이 맡는다고 했을 때, 의문을 가진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홀로 작품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그러나 조정석은 그간 쌓아 온 내공과 뚝심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감추고 있는 기자 허무혁 역을 맡아 실감나는 원맨쇼를 펼쳤다.
조정석의 반전 매력은 인터뷰에서 십분 발휘됐다. 진중하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손짓을 사용해가며 똑같이 상대방의 목소리를 재연했다. 숨겨진 장난기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있어 보이게 포장하는 법은 모르지만, 기본에 충실한 배우 조정석과의 일문일답.
▶ 초반에 블랙 코미디였다가 점점 스릴러로 장르가 변한다. 어떻게 작업했는지 궁금하다. 허무혁이라는 캐릭터가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감추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한데.
- 매번 바뀌는 상황에 몰입을 많이 했다. 비슷할 수도 있는 긴장감과 초조함이지만 얼마나 디테일을 다르게 하고, 어떻게 끝까지 긴박감을 쌓아갈 것인지 연구했다. 상황에 맞는 호흡과 감정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숲이 우거지면 그 나무를 잘게 다듬는 게 중요했다. 굳이 앞과 뒤를 나눠서 생각하지는 않았다.
▶ 결말을 보면 허무혁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별다른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관객들에게는 좀 의아함을 남기는 부분일 수도 있겠다.
- 저는 이 영화가 허무혁의 성장스토리 같다. 선택의 여지를 남겨둔 결말이라 좋았다. 우리가 보고 믿는 게 진실이라는 거다. 그런 말을 수용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관객들의 선택이다. 해피엔딩이나 새드엔딩보다 훨씬 세련된 느낌을 받았다.
▶ 뮤지컬을 꽤 오래했고, 뮤지컬을 통해 배우 조정석의 이름을 알렸다. 영화나 드라마에 늦게 데뷔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 뮤지컬에 한동안 빠져있었다. 재밌다고 생각해서 오디션을 보고 시작했는데 나름대로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공연 끝나기도 전에 섭외가 들어오고 그랬었다. 그게 너무 좋았고, 돈벌이도 중요했기 때문에 계속 공연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영화나 방송으로 넘어오기까지) 시간이 좀 길어졌던 것 같다. 영화 오디션을 본 적도 있다. 그 때도 영화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기회가 조금씩 보이긴 했었다. 그런데 뮤지컬 일정과 영화 일정이 기간 상 잘 맞지 않아 어려웠다. 그러다가 뮤지컬 '스프린 어웨이크닝'을 보러 온 제작진 눈에 띄여서 드라마 '왓츠업'을 하게 된 거고. 그 때문에 공연을 잡지 않았는데 드라마 편성이 되질 않아서 1년 동안 아무것도 못했었다. (웃음)

- '건축학개론' 맨 처음 찍을 때 배성우 형이랑 통화했던 것이 기억난다. 제가 촬영한다 그러니까 형이 '다 죽여버려, 정석아' 이러더라. (웃음) 그 때 정말 기쁘고 좋았으니까 전화를 했었던 것 같다. 꾸준히 몇년 간 열심히 하다보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저에 대한 응원,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진 것들은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다. 한 편으로는 부담감이 크고 어깨가 무거운 건 사실이다.
▶ '특종: 량첸살인기'가 홀로 극을 이끌어야 하는 영화이기에 더욱 그렇겠다.
- 조명을 '원톱 조정석' 이렇게 해주시니까 더 그런 것 같다. 잘됐으면 좋겠다. 연기가 재밌고, 그 스트레스가 재밌다. 서로 이야기하고 이런 과정들도. 결과물이 나오면 '좋아, 됐어!' 이런 것이 재밌다.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많이 파악했다. 궁금한 건 확실히 물어보고 알아서 인지해야 가까운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 리뷰도 많이 찾아봤는데 평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약간 위안이 된다.
▶ 이번에도 약간 액션 연기가 있었지만 액션 중심 연기는 아니었다. 액션 장르에도 도전하고픈 마음이 있는지?
-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홍콩 영화가 중흥기를 맞이할 때 제 우상이 성룡과 이연걸이었다. 그 때 어머니 손 잡고 극장도 많이 갔고, 성룡 영화를 거의 섭렵하다시피 했다. 배우가 된다면 영화를 해야겠다고 자연스럽게 꿈꾼 것 같다. 고등학교 때 한국 영화가 '쉬리' 이후 정말 잘될 때였다. 그래서 장르의 변화가 생겨서 제 시야도 굉장히 넓어져서 이전과 달리 꼭 액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됐다.
▶ 그러면 특별히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는지?
- 일단은 스릴러에 더 관심이 간다. 제대로 된 스릴러를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따뜻한 영화도 관심이 많다. 멜로나 로맨스도 좋지만 몇 번 해봤기 때문에 휴머니즘이 있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 또 악역하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도 많이 하더라. 그래서 악역도 해보고 싶다. (웃음)
▶ 물론 직업은 기자지만 허무혁은 굉장히 평범하면서 어떻게 보면 찌질한 남자로 등장한다. 실제로 조정석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좀 닮은 점이 있나?
- 저는 그냥 진지한 사람이다. 인생 뭐 있냐. 즐겁게 사는 거지. 유쾌하게 살자고 생각한다. 저를 잘 아는 친한 친구들은 까불이였던 제 모습을 기억한다. 제 과거와 겪어왔던 일들을 다 아니까. (웃음) 다정하고 살갑게 잘 못한다. 욕도 잘 안한다.

- 후회하면서 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건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후회할 짓은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오늘 촬영을 했는데 자꾸 미흡하게 한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면 감독님과 촬영 끝나고 술 한 잔 하면서 물어보는 타입이다. 감독님이 나는 좋았으니까 걱정말라고 하면 숙소에서 발 뻗고 잔다. 제가 좀 무딘 면이 있다. 정말 다행이다. 그게 없었으면 완벽하게 하고 싶어 했을 거다.
▶ 이번에 노덕 감독님과는 어땠나. 두 분이 동갑이라고 들었다. 아무래도 남다른 호흡이었을 것 같다.
- 궁합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저도 노 감독님이 영화를 통해 바라보는 지점, 그 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촬영하면서 몸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한 번은 감독님이 클로즈업을 하지 않았었다. 나는 막 열심히 표정 연기하고 있는데. (웃음) 그래서 왜 클로즈업을 따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안 그래도 된다고 하더라. 감독님 머리 속에는 이미 다 그려져 있으니까 제가 인지를 못했던 거다. 촬영해 나가면서 확실히 알게 된 이런 순간들이 많았다. 감독님이 제 연기를 좋아해주시고, 웃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아도 이 장면은 이렇게 연기하고 촬영해야 된다는 걸 알았다. 서로 교감이 잘 됐다. 감독님이 이제 말 안 해도 나랑 느낌이 똑같다고 그러더라. 그리고 빠른 80년생이니까 누나라고 하라고. (웃음)
▶ 함께 드라마를 촬영했던 박보영 씨의 '돌연변이'가 같은 시기에 개봉한다. '특종: 량첸살인기'에 나온 배성우 씨도 또 같은 시기 개봉하는 '더 폰'에 출연하는데.
- (박)보영 씨가 그러더라. 한국 영화는 그냥 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저도 동감이다. (배)성우 형은 좀 그러실까봐 일부러 안 물어본다. 그냥 너무 친하니까 그게 예의인 것 같다. 성우 형도 원치 않게 그렇게 된 거니까.
▶ 지금 현재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원래 한 치 앞을 모르는게 인생이다. (웃음) 그렇기 때문에 '특종: 량첸살인기'가 대박이 나면 제 길이 더 좋게 펼쳐질 것 같다. 멀리 봤을 때는 흥행배우고. 그냥 그게 맞는 것 같다. 오래 배우 생활을 한 대선배님들이 항상 말씀하시기를, 이번 작품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 다음 작품이 중요하다고 그러시더라. 성공하면 성공했으니까, 실패하면 실패했으니까 그 나름의 이유대로 다음 작품이 중요한 거다. 그리고 항상 궁금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대중들이 제게 피로감을 덜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