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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에 좋은 소재가 만났는데, 왜 아쉽지

[노컷 리뷰] 영화 '그놈이다'…극 긴장감 높지만, 개연성 부족 (스포일러 포함)

2015-10-21 06:00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 주]

좋은 배우에 좋은 소재가 만났는데, 왜 아쉽지
영화 '그놈이다'(윤준형 감독, 상상필름 제작, CGV아트하우스 제공/배급)는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주목을 받은 첫 번째 요인은 주원(장우 역)과 유해진(민약국 역)의 만남 때문이었다. 뛰어난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충무로의 블루칩 주원. 그리고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대체불가 배우가 된 유해진. 이 둘의 첫 만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주목받았던 더 큰 요인은 두 번째에 있다. 바로 소재이다.

영화는 부산의 한 해변마을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여대생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당시 범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대생을 위한 넋건지기굿이 진행됐다.

저승 가는 길 배불리 먹고 가라고 붉은 천에 밥이 담긴 놋그릇을 바다를 향해 던지는 이 의식이 진행될 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붉은 천이 팽팽하게 당겨지더니 끝내 끊어지고 놋그릇만이 둥둥 떠내려와 한 청년 앞에 멈췄다.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는 이를 보고 직감적으로 그 청년을 범인으로 확신, 6개월 동안 끈질기게 추적했지만 심증만 있을 뿐 결국 범인임을 증명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영화'그놈이다'중천도재장면은실제굿판을연상케할정도로사실적이었다.(제공사진)
영화'그놈이다'중천도재장면은실제굿판을연상케할정도로사실적이었다.(제공사진)
영화는 이를 모티브로 여동생을 살해한 범인을 오빠가 쫓는 추적 스릴러에 한국적 무속신앙과 귀신을 보고 살인사건도 예지하는 시은(이유영 분)을 추가했다. 지금껏 본적 없는 새로운 장르(스릴러+미스터리)를 탄생시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 미스터리 추적극이라는 장르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좋은 배우와 좋은 소재, 사실상 구슬이 서말이나 모인 상태. 이제 잘 꿰어서 보배로 만들면 된다. 그런데 영화는 그 꿰는 지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그놈이다'중.(제공사진)
영화'그놈이다'중.(제공사진)
영화는 시작부터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공포에 가까운 긴장감을 관객에게 안긴다. 초반 장우의 여동생이 살해되고, 장우는 증거도 단서도 없지만 민약국을 의심한다. 이 과정까지 특별한 부연 설명도 없지만, 장우와 같이 관객이 추리하는 데 있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정황이 그러하니.

민약국(유해진분)의동네아저씨포스.(제공사진)
민약국(유해진분)의동네아저씨포스.(제공사진)
하지만 민약국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선하면서도 온화한 동네 아저씨. 동네에서 평판이 좋고,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한다. 형사마저 장우에게 민약국 만큼은 범인이 아니라고 말할 정도이다.


하지만 감독은 민약국의 편안한 이미지 한편으로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싸인을 관객에게 조금씩 노출한다. 극중 인물들은 못느껴도 관객은 계속 민얀국을 범인 후보군에서 제외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가령 장우가 모자를 눌러쓴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쫓다가 놓쳤을 때 민약국의 가게인 약국에 갑자기 불이 들어온다던가, 모자를 눌러 쓴 인물의 고개를 갸웃거리는 습관을 민약국도 하게끔 한다.

이 정도면 증거도 단서도 없지만 민약국을 장우가 범인으로 추청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런데 그 '추정'에서 범인으로 '확신'하기까지 과정이 생략됐다.

증거를 찾기 위해 민약국의 집에 몰래 잠입하기도 하고, 또 미행까지 하던 장우였다. 의심은 가지만 확신하기에는 부족했기에 그런 거였다. 그랬던 장우가 봉사활동 중인 민약국에게 갑자기 찾아가 뜬금없이 '범인'이라고 몰아간다.

여동생이살해돼실의에빠진장우를위로하는민약국.(제공사진)
여동생이살해돼실의에빠진장우를위로하는민약국.(제공사진)
더 황당한 건 이 생뚱한 얘기에도 민약국은 마치 이전부터 장우에게 자주 들어서 이제는 지친 것 마냥 자조적으로 넘기려 한다. 장우가 왜 자기를 범인이라고 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러다 몸으로 시비를 걸어오는 장우에게 민약국은 '이제 그만 좀 하라'는 식으로 주먹을 날린다. 그날 처음 들은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이라기에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후부터는 민약국은 사실상 범인처럼 행동한다. 장우의 여동생에게 관심을 보였던 친척형 명규(이준혁 분)와 장우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동네 주민 만철(김영웅 분) 등 관객이 범인을 추정하기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여러 변수가 남아 있었는데도, 영화는 이를 다 삭제하고 '민약국=범인'이라고 알려준다.

부족한 개연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서에서 나와 자신을 집까지 데려다주는 경찰을 민약국은 갑자기 살해한다. 그 경찰이 민약국의 과거를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과거가 밝혀지는 과정이 과도하게 생략됐다. 민약국은 이때부터 연쇄살인마처럼 자신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 모두 죽일 듯한 포스를 풍긴다.

(제공사진)
(제공사진)
그럼에도 영화는 긴장감을 시작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장우가 범인을 추척하는 영상을 통한 긴장감, 재개발로 인해 폐가가 된 동네가 주는 공포감, 그리고 이를 뒷받쳐주는 영화음악이 한 데 어우러져 긴장감과 공포감은 배가 된다.

하지만 이 극적 긴장감을 끊어 버리는 과도한 생략은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방해한다. 이 개연성만 보완됐다면 한국 스릴러 영화에서 '추격자'(2007) 이후 새로운 한 획을 그을 수도 있었을 만한 소재와 배우들이라고 보이는데, 아쉽기만 하다.

10월 28일 개봉, 109분, 15세이상관람가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yooy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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