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어깨수술 류현진', 예고된 참사였다?

'몬스터의 활약'이라는 타이틀에만 박수 친 씁쓸했던 기억

2015-05-24 16:26

▲류현진의어깨수술은'예고된참사'가아닌'사후약방문'방식의후속조치였다.사진│LA다저스
▲류현진의어깨수술은'예고된참사'가아닌'사후약방문'방식의후속조치였다.사진│LA다저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고교야구 현장을 돌아보면, 간혹 ‘말도 안 되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되는 경우가 있다. 아니, ‘간혹’이라는 점도 사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국대회 특성을 감안해 본다면 어느 학교도 자유로울 수 없는 점이 있다. 바로 ‘가장 믿을 만한 투수의 투입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는 것이다. 강한 팀과 맞붙을 때에는 에이스를 선발로 등판시켜 그가 ‘견딜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올 때까지 던지게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니다 싶으면 에이스 다음으로 믿을 만한 이를 앞에서 던지게 하고, 승부처가 오면 에이스 카드를 꺼내든다. 이것이 고교야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광경이다. 최근에는 주말리그 시행 등으로 인하여 특정 투수가 연투를 하는 경우가 드물어졌지만(설령 있다 해도 일주일간의 휴식 기간이 생겨 다소 여유로운 투수 운영이 가능하다), 전국 대회 타이틀을 가져가고자 하는 메인 대회(왕중왕전)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에이스들이 연이어 등판한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국내 프로구단 스카우트 팀들의 반응이다. 간혹 필자가 “저 선수, 너무 자주 나오는데 어깨나 팔꿈치가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아마야구에서 저 정도 단련을 시켜 줘야 프로에서도 힘든 훈련을 이겨낼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꺼낸다. 즉, 아마시절부터 제대로 단련이 된 선수들이 프로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인 셈이다. 이는 일본 고교야구 지도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또 그러한 선수들 중에 ‘고무팔’도 나오는 셈이다. 실제로 일부 선수들 중에는 ‘밥 먹듯이 연투를 해도’ 몸에 전혀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기도 한다.

류현진 어깨 수술, '뒤늦게 돌아보는 예고된 참사'

그런데 신기한 점은 바로 그 선수가 프로 지명을 받은 이후 나타난다. 어깨나 팔꿈치에 이상이 없다고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던 선수가 첫 해부터 바로 1군 무대에 등장한 사례가 얼마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퓨쳐스리그에서 ‘프로다운 선수’로 만들어내기 위해 훈련을 시켜 ‘완성품’으로 만들어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첫 해에 한 경기도 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조금 더 속을 들여다보면, 부상으로 재활에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도 또 한 가지 신기한 사실이 발견된다. 그제야 사람들이 ‘예견된 참사’였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점에 대해서 프로 관계자들도 속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류현진의 어깨 부상 역시 같은 맥락으로 살펴볼 수 있다. 보통 구기 종목에서 라켓이나 방망이 등 ‘도구’를 사용하는 이들의 경우 그 힘을 도구에 실어서 보내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만한 힘을 기르면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투수들의 경우 자신의 한쪽 팔이 라켓/방망이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라켓이나 방망이는 오래 쓸 경우 언젠가 부러지거나 마모될 수 있고, 그러할 경우 얼마든지 교환할 수 있다. 그러나 팔의 고장은 반드시 수술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의 ‘도구’의 교환과는 또 다른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에서 9년간 126승 67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면서 무려 1,613이닝을 소화한 류현진에게 ‘아무 탈’이 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했을 일이었다. 다만, 다수의 사람은 그렇게 엄청난 이닝 소화 능력을 ‘코리안 몬스터의 활약’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에 바빴을 뿐이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성공 무대를 달린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얼마 못 가서 부상이라는 암초에 부딪히는 이유도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부터 시작하여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주관하는 대회마다 왜 한계 투구 수 규정을 세우는지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대한야구협회가 뒤늦게나마 지난해부터 투구 수 제한 규정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물론 제도적인 보완이 조금 더 이루어져야겠지만, 이러한 경험적인 요소가 더욱 쌓여야 프로야구 올스타도, 국가대표 선수도 나올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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