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프로야구라 해서 이 범위 내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퓨쳐스리그에서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이들이 ‘신고 선수 신분’을 탈피할 수도 있고, 그러한 선수들 가운데 1군 풀타임 선수나 스타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는 법이다. 바로 이러한 과정을 그린 영화가 지난 1일 개봉했다. ‘파울볼(티피에스컴퍼니 제작)’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그러하다. 2015년 프로야구 시즌이 한창인 현 시점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한 페이지 역사를 남긴 ‘고양 원더스’를 추억함과 동시에 퓨쳐스리그에서 ‘내일의 1군’을 노리는 선수들을 기다려 보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고양 원더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프로’였다.
영화는 국내 최초 독립리그 구단이었던 ‘고양 원더스’의 창단에서부터 해단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프로야구 2군 무대에서조차 방출의 쓴맛을 보며 3군보다 못한 실력을 갖춘 채 입단 테스트에 성공한 이들에서부터 시작하여 야구를 손에 놓고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갔던 선수, 그리고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 보였던’ 베테랑 1군 출신 선수들까지 한데 모인 고양 원더스는 사실상 ‘외인 구단’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허민 구단주의 선택은 바닥에 있던 이들을 최고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야신’ 김성근 감독이었다. ‘재활 공장 공장장’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김성근 감독과 ‘바닥’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했던 3류 선수들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원더스 선수들의 생활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야구의 기본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 선수들이 1류가 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한다.’라는 말로는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프로에 버금가는’ 실력을 쌓기 위해 그들은 휴식 시간과 식사 시간까지 아껴가며 자신을 채찍질했고, 이는 머지않아 결과로 나타났다. 창단 2년 만에 ‘퓨쳐스리그 번외경기’에서 5할 승률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기 때문이었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라는 김성근 감독의 근심은 결국 ‘반복 숙달’로 이어지는 꾸준한 훈련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된 셈이었다. 이 과정에서 프로 스카우트 팀의 눈에 띈 일부 선수들은 그대로 프로 입성에 성공했고, 원더스는 떠나는 이들에게 격려금까지 쥐여 주며 조건 없이 떠나보내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이들 중에는 1군으로 승격하여 실전 경험을 치른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경기력이었다면, 고양 원더스를 정식으로 ‘퓨쳐스리그’에 가입시키는 것도 무리가 아닐 법했다. 그러나 원더스의 퓨쳐스리그 정식 가입과 관련한 논의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했고, 꿈이 꺾인 원더스는 결국 지난해 말 해체를 선언했다. 이 과정 속에서 일부 선수들은 뒤늦게나마 프로 유니폼을 입는 데 성공했지만, 다른 이들은 야구를 포기하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고양 원더스의 해체는 야구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려는 이들의 꿈이 사라졌다는 데에서 또 다른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원더스에서도 야구에 실패할 경우, 야구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라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원더스는 ‘야구와 다시 만날 수도, 이별할 수도 있었던 최적의 장소’였던 셈이었다.
이제 당시 주역들은 프로에서 뛰고 있거나 야구와 전혀 관계없는 직종에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김성근 감독 또한 원더스 퇴단 이후 한화 이글스의 부름을 받아 오랜만에 프로로 컴백했다. 2015프로야구 시즌이 한창인 현 시점에서 ‘원더스’를 추억하는 일이 부질없는 일로 여기는 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원더스가 한국 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점에서 야구팬들이라면 야구 관람 전/후로 한 번은 관람해 봄 직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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