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동포 모국 방문 야구단은 여러모로 한국 프로야구사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장비마저 열악했던 당시에 그들은 사용했던 장비를 그대로 대한야구협회나 최종전 경기를 펼친 학교에 그대로 남겨 둠으로써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이바지했고, 그들을 이기기 위해 국내 학교들도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했다. 바로 이 과정을 그린 영화가 지난 19일 개봉했다. ‘그라운드의 이방인(감독 : 김명준)’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그러하다. 2015년 프로야구 개막을 앞둔 현 시점에서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적지 않은 발자취를 남긴 ‘재일동포 모국 방문 야구단’을 기억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라운드 안에서 그들은 결코 ‘이방인’이 아니었다.
사실 재일동포 모국 방문 야구단은 1997년 봉황대기 참가를 끝으로 그 명맥이 끊긴 상태다. 그만큼 자이니치도 이제는 ‘국적’과 ‘출생지’ 사이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오히려 한 명의 야구 선수를 바라보는 관점은 피부색과 국적이 아니라, 성실함과 인간성으로 변화한 셈이다. 이렇게 변화한 상황에서 이 영화의 시계추는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은 한국 야구의 역사가 변화했던 시기였다. 프로야구의 출범으로 고교/실업야구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쇠퇴를 막고자 봉황대기 결승전 등 주요 경기를 잠실야구장에서 시행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꽤 좋은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바로 이 1982년에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친 이들이 있다. 군산상고와 재일동포 야구단이 그들이었다. 당시 군산상고는 조계현(KIA 타이거즈 수석코치)을 필두로 이동석(세한대 감독) 등 향후 프로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이들이 버티고 있었다. 영화는 바로 이러한 군산상고를 상대로 맞대결을 펼쳤던 이들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한국식 이름과 예전 연락처 등을 바탕으로 ‘1982년 재일동포 모국 방문 야구단’을 찾는 과정은 말처름 그리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이들 중 일부는 오히려 모국 방문에 대해 그다지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아 촬영 자체를 거부한 경우도 있었다. ‘우리 고향은 현해탄’이라는 그들의 말처럼, 일본에서는 ‘조센징’이라는 소리에 마음 아파하고, 어렵게 찾은 모국에서는 ‘반쪽발이’라는 비아냥에 두 번 상처를 입었던 그 당시를 떠올리기 싫었던 셈이다.
그러한 어려운 과정 속에서 1982년 ‘재일동포 모국 방문 야구단’의 일부를 찾은 이들은 2년 전,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와의 잠실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며 시구를 한 바 있다. 그리고 당시 시구는 1982년 멤버의 핵심이었던 투수 양시철이 했다. 말 그대로 ‘재일동포 학생야구단 역사’가 필름 하나에 담긴 셈이다. 그리고 1982년 당시 좌익수를 맡았던 김근 씨는 유창한 한국말을 구상하며, 지나간 추억을 덤덤하게 풀어내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영화 제목처럼 그들은 결코 ‘이방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다만, 나라를 빼앗겼던 아픈 역사 속에서 반일 감정이 극에 달았던 당시 상황 속에서 자이니치라는 이유만으로 냉대를 받았던 이들만 있었을 뿐이었다. 이들의 상처가 이 영화로 인하여 조금이나마 치유되었기를 기원해 본다. 또한, 향후에는 가네모토/히야마 등 모국 방문 야구단의 일원으로 활약했던 이들 중 대스타가 된 선수들의 내방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을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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