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부터 2년 전인 2013년 8월. 신인 2차 지명이 한창인 르네상스 서울 호텔은 한동안 들썩 거렸다. 지명일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한 명의 유망주가 드디어 넥센 구단에 의해 호명됐기 때문이었다. 얼핏 보면, 성남고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던 유망주가 넥센에 6라운드 지명을 받은 ‘사실’만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지명 라운드 순위도 그렇게 높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지명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것은 그의 아버지가 너무 유명한 인사였기 때문이었다. 이병훈(48) 야구 해설위원이 바로 이용하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두 명의 아들을 둔 이병훈 위원은 일찌감치 ‘야구 가족’으로 유명했다. 장남인 이청하는 신고 선수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바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삼부자가 서울을 연고로 하는 구단(LG, 넥센)에서 야구 인생을 출발한 셈이다.
90년대 스포테이너, 이병훈에 대한 ‘추억’
이병훈 해설위원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체격 조건이 180cm, 95kg으로 명시되어 있다. 은퇴한지 오래지만, 여전히 현역 시절 체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그는 현역 시절, 거포로 평가받으며 LG를 이끌 만한 인재로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특히, 프로 입문 3년차였던 1992년에는 91경기에 출장하여 타율 3할, 16홈런, 45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은 바 있다. 1990년 우승 이후 하위권을 전전해야 했던 LG로서는 이병훈의 등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93년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끝에 해태 타이거즈로(KIA 타이거즈 전신)의 트레이드를 피할 수 없었으며, 1996년 삼성을 끝으로 1군 무대에서 종적을 감추었을 때 그의 나이는 스물 아홉에 불과했다. 현역 시절, 큰 몸집에서 비롯된 장타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역 시절에도 SBS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특유의 끼를 발산하는 등 당시부터 ‘방송인’으로서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지금은 추억이 된 ‘꾸러기 카메라’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천으로 촉촉이 젖은 그라운드 흙탕물에 슬라이딩하는 세레머니를 펼치며 주위의 웃음을 자아냈던 것이 벌써 10여년 전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의 고교 시절 모습이다. 선린상고(선린 인터넷고 전신) 재학 시절에도 거포로 유명했지만, 발도 빨라 제대로 성장해 줄 경우 5툴 플레이어로의 발전 가능성도 상당히 컸다. 특히, 1985년 청룡기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이병훈은 팀을 4강에 올려놓음과 동시에 도루상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주루 플레이에 능해 야구 센스가 뛰어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부산에서 열린 화랑대기 대회에서는 강길용이 버티고 있는 광주일고에 1-0으로 완봉승을 거두며 대회 MVP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이병훈은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광주일고 타선에 단 3안타만을 허용하는 빼어난 투구를 선보인 바 있다. 즉, 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이병훈은 좋은 타자임과 동시에 좋은 투수이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이병훈과 함께 선린상고를 이끌었던 이가 바로 송구홍 현 LG 트윈스 운영 팀장이다.
그런데 사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야구 선수가 공중파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드문 시절이었다. 간혹 故 김동엽 감독이 SBS 야구 해설 위원을 역임하면서 시트콤에 출연하거나 故 최동원 감독이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은 있어도 현역 선수가 팬들 앞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병훈은 이미 1990년대에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을 갖춘 선수이기도 했다.
야구 해설 외에도 이병훈은 KBS 아침마당 패널에도 등장하는 등 각종 공중파 및 케이블, 인터넷 방송에서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영화 ‘글러브’, ‘슈퍼스타 감사용’ 등에서 조연배우 및 까메오로 출연하면서 방송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또한, 지난 2012년에는 아들(이용하)의 타격 연습을 돕다가 성추행범을 잡는 등 ‘용감한 시민상’을 받으며 화재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받은 포상금 전액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점이다. 야구선수로서 100%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은퇴 이후에야 크게 해소한 셈이다. 지금도 그는 방송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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