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헌팅턴 단장의 의도는 ‘강정호의 영입으로 기존 전력의 선수들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라는 예상과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끈다. 안정적인 주전 자리가 보장되었던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 강정호는 아무래도 신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 속에서도 강정호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보는 이들이 있다. 여기에는 지난 2009년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한 조각 추억거리를 생각나게 한다.
‘야구밖에 모르는’ 순수 청년 강정호에 대한 ‘지난날의 추억’
당시 넥센은 2008년 재창단 이후부터 메인 스폰서 역할을 해 오던 ‘우리담배’가 시즌 중 갑자기 계약 해지를 선언하면서 상당히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였다. 이장석 대표 역시 메인 스폰서에 대한 계약을 성사시키고자 불철주야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는 못했다. 결국, 2009년 당시 넥센은 ‘서브 스폰서’들에게 조금씩 의지한 채 상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시즌을 소화해야 했다. 이 과정 속에서 스타 선수들이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마저 감당해야 했다.
이 당시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시행한 것이 ‘철저하게 팬들과 가까이하는 행사’였다. 특히, KBS 예능 프로그램인 ‘천하무적 야구단’에서는 김시진 당시 감독을 포함하여 정민태 코치, 브룸바, 정수성, 황재균 등 주요 선수들이 텔레비전에 등장하여 적지 않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천하무적 야구단과의 친선 경기를 통하여 김시진 감독이 직접 타석에 들어서거나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등 ‘팬들을 야구장에 끌어 모으기 위한’ 노력을 마다하지 않은 바 있다. 연예인들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고, 방송 카메라가 목동구장 여기저기에서 촬영을 시작하자 선수들도 ‘들뜬’ 표정을 감추지 않은 바 있다. 특히, 정수성은 ‘턱돌이 가면’을 쓰고 타석에 들어서는 등 안방에서 TV로 자신들을 지켜보는 팬들을 위하여 다소 과장된 몸짓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동료들의 움직임 속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자기 할 일만 하는 이가 있었다. 당시 스물두 살의 강정호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강정호는 당시 꼭 중요한 순간에만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고, 곧바로 더그아웃에서 조용히 동료들을 지켜봤는데, 나이답지 않은 과묵함에 주위에 있는 이들도 꽤 놀라움을 표한 바 있다. 마지막 단체 사진촬영 당시에도 조용히 맨 뒷줄에 서서 ‘있는 듯 없는 듯’ 무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그래서 혹자는 “다른 선수들은 연예인을 본다는 설렘이 큰 것 같다. 그런데 강정호만큼은 크게 관심이 없다는 듯 자기 할 일만 하고 빠지더라. 진짜 야구밖에 모르는 친구 같다. 스타 플레이어의 트레이드가 자주 일어나는 현 시점에서 팀에 끝까지 남아 있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강정호일 것이다.”라며 그의 범상치 않은 모습에 대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실제로 넥센을 이끌어 온 스타 플레이어들 중 끝까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이는 강정호가 유일했다.
강정호는 휴식일에도 목동구장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이 중 하나였다. 간혹 넥센이 휴식기에 들어갈 때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목동구장에서 시즌을 소화할 때가 있었다. 그때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잠시 스쳐 지나가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이가 바로 강정호였다. 행여 모교 광주일고 선수들이 본선 무대(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등)를 위하여 목동 구장 더그 아웃에 모습을 드러내면, 강정호 역시 잠시 운동을 중단하고 나와 후배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후배들도 ‘진짜 프로’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기량’적인 측면을 떠나 매년 ‘진짜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할 줄 안다는 점만 놓고 보아도 해외 무대 어디에서나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에게 찾아 오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PNC 파크에서 맹타를 퍼붓는 강정호의 모습을 보기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eugenephil@daum.net]
▶ 앱으로 만나는 마니아리포트 '골프N' [안드로이드] [아이폰]
▶ 부킹 정보를 한 눈에 ☞ 마니아리포트 부킹 게시판 바로가기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