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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FA 출신 MVP는 나오지 않을까

2015-01-08 11:53

'몸값톱3,MVP는나올까'프로야구출범뒤FA출신MVP는한번도나오지않았다.사진은역대FA최고액3인방인두산장원준,SK최정,삼성윤성환.(왼쪽부터,자료사진)
'몸값톱3,MVP는나올까'프로야구출범뒤FA출신MVP는한번도나오지않았다.사진은역대FA최고액3인방인두산장원준,SK최정,삼성윤성환.(왼쪽부터,자료사진)
해마다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 지난 2013시즌 뒤 523억 5000만 원의 역대 최고액은 지난 시즌 뒤에는 무려 100억 원 넘게 초과한 630억6000만원으로 경신됐다.

거포 최정(SK)이 4년 86억 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찍었고, 정상급 좌완 장원준(두산)이 4년 84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여기에 윤성환(삼성)이 4년 80억 원을 찍었다. 2013시즌 뒤 최고액이던 강민호(롯데)의 4년 75억 원이 1년 만에 4위로 밀릴 정도로 억 소리가 났다.

올 시즌 뒤 열릴 FA 시장도 화끈한 돈 잔치가 예상된다. 김현수(두산)가 FA와 해외 복귀 선수를 뺀 역대 최고 연봉(7억5000만 원)을 찍으며 예비 FA의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렸다. 최고 마무리로 꼽히는 손승락(넥센) 역시 지난해보다 1억 원 오른 5억3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이런 가운데 FA들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도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과연 투자 대비 효과를 내느냐는 것이다. 특히 프로 출범 뒤 단 한 명도 FA 출신 최우수선수(MVP)가 없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도대체 왜 FA MVP는 배출되지 않는 것일까.

▲"FA도 인간…심리적 요인 적잖다"
최근 프로야구 정규리그 MVP는 이른바 '인간 승리'의 주인공들이었다. 2012, 13년 수상자인 박병호(29)는 만년 유망주라는 희망 고문을 포기한 전 소속팀이 놔주다시피 하면서 기량이 만개했고, 지난해 MVP 서건창(26) 역시 방출의 아픔과 신고 선수의 고된 과정을 거친 경우였다.

몸값으로만 보자면 당연히 FA들이 MVP의 한 자리를 차지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FA 제도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15년 동안 천문학적 액수를 찍은 FA들이 쏟아졌지만 MVP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표 참조)

왜 FA 출신 MVP는 나오지 않을까
2004시즌 뒤 심성수(은퇴)가 삼성과 4년 60억 원 당시 역대 최고액을 찍었지만 2007년 홈런왕 1번 외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2001~2003년까지 MVP를 휩쓴 이승엽(삼성)도 FA 자격을 얻기 전이었다.

일단 심리적인 부분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수십억 원의 거액을 받은 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강민호가 지난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강력한 동기 부여가 사라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른바 'FA로이드'로 불릴 만큼 자격을 얻기 직전 시즌은 몬스터급 활약을 보이다가도 대박을 터뜨린 이후 허탈과 상실감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선수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흔들릴 수 있다"면서 "오승환처럼 강철 마인드가 아닌 이상 꾸준히 활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점에서 내려올 시기…기대치도 높아"

FA들이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다소 지난 부분도 있다. 지금까지 선수들은 30대 전후로 FA 자격을 얻었던 게 보통이었다. 이전에는 자격 취득까지 최소 9시즌을 보내야 했던 까닭이다. 대학과 군 생활까지 보태면 30살을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FA가 된 이후에는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상황이라 MVP급 활약을 보이기 쉽지 않다. 2004년 삼성 시절의 배영수(한화), 2006년 한화 때의 류현진(LA 다저스), 2008년 김광현(SK), 2011년 KIA의 윤석민(볼티모어) 등은 10대와 20대 한창 때 MVP에 올랐다.

'이때가10대,약관이었다오'지난2006년MVP트로피에입을맞추는류현진(왼쪽)과2008년MVP에올라트로피를깨물고있는김광현.(자료사진)
'이때가10대,약관이었다오'지난2006년MVP트로피에입을맞추는류현진(왼쪽)과2008년MVP에올라트로피를깨물고있는김광현.(자료사진)
또 주위의 지나친 기대감도 무시할 수 없다. 몸값이 높은 만큼 그 정도 활약은 해야 하지 않느냐는 부분이다. MVP 투표에 나서는 야구 기자단도 사람인 만큼 더 세밀하게 FA들의 활약상을 평가해 표심을 얻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메이저리그(MLB)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역대 MVP 사례들을 보면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배리 본즈(당시 샌프란시스코) 등 FA 출신 MVP가 많지 않다. 송재우 MLB 전문 해설위원은 "FA들이 쇠퇴기를 맞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면서 "여기에 높은 연봉에 '잘 하면 본전'이라는 기자들의 시각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도 한몫…과연 올해는?
이런 상황에서 MVP급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부분도 있다. FA 자격을 얻은 대어들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빠져나가 MVP 후보에서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류현진이 2012시즌 뒤 MLB로 진출했고, 한 해 앞서 2010년 타격 7관왕으로 MVP에 올랐던 이대호(소프트뱅크)도 2011시즌 뒤 대한해협을 건넜다. 2013시즌 뒤에는 오승환(한신)과 윤석민이 뒤를 따랐다.

원조는 역시 MVP 단골손님 이승엽으로 2003년 당시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을 세운 뒤 일본으로 진출했다. 이후 8시즌 전성기를 보낸 뒤 복귀했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이지만 MVP 경쟁은 다소 힘에 부친다. FA 자격과 함께 해외로 나가면서 비FA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간 측면이 있는 것이다.

'나도계속한국있었으면MVP탔을거라고요'FA자격을얻으면서해외로진출했던오승환,이대호,윤석민,이승엽(왼쪽부터).이중오승환을뺀3명은해외진출이전MVP를받았다.(자료사진)
'나도계속한국있었으면MVP탔을거라고요'FA자격을얻으면서해외로진출했던오승환,이대호,윤석민,이승엽(왼쪽부터).이중오승환을뺀3명은해외진출이전MVP를받았다.(자료사진)
다만 올해부터는 양상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최정과 장원준 등 전성기를 맞는 FA들이 국내에 남아 있다. FA 자격 연한 단축 등으로 김현수 등 20대 후반에 FA가 되는 선수들도 적잖게 나올 전망이다. 충분히 FA들도 MVP 경쟁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올 시즌 사상 첫 FA 출신 MVP가 나올 수 있을까. 2015시즌을 즐길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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