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넥센은 ‘황당하다.’라는 입장이다. 15일 열린 훈련 자체의 성격이 절대 ‘합동훈련’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일부에서는 사복 차림의 코치들이 그라운드에 나타나 선수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을 문제 삼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 넥센은 “개인적인 용무로 구단 사무실에 들렀다가 선수들과 잠시 만났을 뿐이다. 선수협의 논리대로라면, 감독/코치는 비시즌 기간 동안 아예 그라운드에 나타나지도 말라는 이야기인가!”라며 정확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비활동기간 훈련’ 의혹을 제기한 선수협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또 다른 넥센 관계자 역시 “우리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도 훈련 여부에 대해 선수들에게 선택권을 줬다. 훈련은 선수 개인이 하는 것이고, 그 안에서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는 것이 염경엽 감독의 생각이었고, 또 구단의 생각이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라며 자율 훈련이 정착된 넥센에, 그것도 비활동기간에 ‘협동훈련’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선수협의 의혹 제기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선수협, ‘선수들의 운동할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결국, 이러한 과정은 KBO가 규약 위반 여부에 대해 진상 조사만 하면 의외로 쉽게 결론이 날 수 있다. 잘못이 없다면 ‘무혐의’로 종결 내면 될 일이고, 잘못이 있다면, 상벌 위원회를 개최하여 적절한 조치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KBO나 선수협 모두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비활동기간 훈련 금지’ 조항 자체가 ‘반대로’ 선수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차기 시즌을 일찌감치 ‘준비하려고 하는’ 1.5군~3군 선수들이 이 조항으로 인하여 ‘직격탄’을 맞게 됐다는 이야기가 최근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사정은 이러하다. 사실 어느 정도 1군에서 주전이 보장된 ‘고액 연봉 선수’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여 (비활동기간 유무를 떠나) 스스로 몸 만드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선수들에 있다. 개인 트레이너는 고사하고,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어렵다. 간혹 모교를 찾아 후배들과 몸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도 사실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구단별로 홈구장을 오픈하여 선수들 스스로 몸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 주는 것은 선수들의 운동 여건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꼭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더 나아가 ‘욕심이 큰’ 일부 선수들의 경우 코치들의 전담 지도를 받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선수협이 크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러한 점이다. ‘휴식 여건 보장의 자유’와 ‘훈련을 하고 싶어 하는 자유’가 이렇게 상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비활동기간 훈련 유무’에 대한 조항 자체가 ‘한국 프로야구의 프로답지 못한 부분’을 꼬집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로 프로라면, 이 조항 자체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휴식을 주건, 훈련을 하건 간에 이를 시행하는 주체는 선수 개인이며, 이에 따른 책임 또한 선수가 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공간이 바로 메이저리그다. 메이저리그는 오프시즌에 들어서면 선수들에게 그 어떠한 간섭을 하지 않지만, 스프링캠프나 기타 선수 소집 기간이 주어지면 수시로 ‘체력 테스트’를 실시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불합격한 이들은 스프링캠프 합류를 못 하며, 최악의 경우 방출 통보를 받기도 한다. 오프시즌에 휴식을 취하건, 훈련을 하건 간에 그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부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짜 프로다운’ 모습이다.
이러한 점을 되짚어 보았을 때 한국프로야구의 ‘진짜 프로다움’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본 조항의 삭제도 검토해 봄 직하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한다는 선수협이 ‘2~3군에 머물러 있는 선수들’의 자율 운동 여건은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분명히 가지고 있었어야 했다. ‘대안 없는 성명 발표’에 그칠 경우, 결국 선수협도 ‘일부 선수들의 권익 보호에만 집중하여 사정이 어렵거나 절박한 선수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故 최동원 감독이 최초로 선수협을 발족했을 때 바라던 그림도 분명 이와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eugenephil@daum.net]
▶ 앱으로 만나는 마니아리포트 '골프N' [안드로이드] [아이폰]
▶ 부킹 정보를 한 눈에 ☞ 마니아리포트 부킹 게시판 바로가기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