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핍 딛고 희망 찾는 승리의 기록 '마미'

이들 세 주인공은 결핍과 상처 가득한 삶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채 끝끝내 승리자로 남는다.
자비에 돌란 감독의 첫 연출작인 '아이 킬드 마이 마더'(2009)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 온 연기파 여배우 안느 도발은 마미에서 유쾌하고 당당한 엄마 디안을 맡았다.
때로는 거칠고 괄괄하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디안은 애틋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핵심 인물이다.
그런 특별한 엄마를 둔 아들 스티브는 유별난 사고뭉치지만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스티브 역을 맡아 유망주로 떠오른 배우 앙투안 올리비에 필롱은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엄마 때문에 웃고 우는 천진난만한 소년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이 모자 앞에 나타난 따뜻한 이웃집 여인 카일라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세 번째 장편 '로렌스 애니웨이'(2012)에 출연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쉬잔느 클레몽이 맡았다.
차분하고 내성적이었던 카일라는 디안과 스티브를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쉬잔느 클레몽은 말투나 표정, 사소한 손짓으로 그 과정을 자연스레 그렸다.
제67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18일 개봉.
◈ 화려한 할리우드의 민낯 '맵 투 더 스타'

어느 날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홀연히 할리우드에 나타난 미스터리 소녀 애거서(미아 와시코브스타). 그녀가 여배우 매니저 일을 하기 위해 할리우드에 나타난 뒤 다양한 인물들과 실타래처럼 엮이면서 그들 각자의 비밀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이번 배역만은 꼭 따내야 하는 위기의 여배우 하바나(줄리안 무어), 최고의 아역스타였지만 이제는 한물간 벤지(에반 버드)와 그의 아버지 샌포드(존 쿠삭), 할리우드 스타를 꿈꾸는 렌트카 운전기사 제롬(로버트 패틴슨) 등은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출연한 이 영화로 할리우드의 속살을 파헤치는 아이러니한 작업을 벌인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그는 철저한 계급 사회 안에서 신분 상승·유지에 목매는 이들의 면면을 이어붙여 인간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배우 줄리안 무어는 맵 투 더 스타가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가기 전부터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이름만 보고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이 영화로 제6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25일 개봉.
◈ 함께 사는 세상 꽃피울 '내일을 위한 시간'

복직을 앞둔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에게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회사 동료들이 그녀와 일하는 대신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제보 덕에 월요일 아침 재투표가 결정된다.
일자리를 되찾고 싶은 산드라는 주말 동안 16명의 동료를 찾아가 설득하려 하지만 보너스를 포기하고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말은 어렵기만 하다. 동료들 각자의 사정이 눈에 들어오는 까닭이다.
마음을 바꿔 그녀를 지지해 주는 동료도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쪽의 반발도 거세진다. 산드라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긴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이 영화는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노동과 연대의 참 의미를 되새기도록 돕는다. 그 와중에 드러나는, 노동자들의 연대를 가로막는 은밀한 시스템의 실체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을 위한 시간의 원제는 'two days, one night'으로, 한글 제목을 정하면서 '내 일(my job)'과 '내일(tomorrow)'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아냈다.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내년 1월1일 개봉.
◈ 인류 살찌우는 예술가의 열정 '미스터 터너'

특유의 화법으로 빚어낸 빛과 색채의 표현 덕에 19세기 위대한 풍경화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터너는 매우 논쟁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그의 말년을 통해 예술과 삶에 대한 열정의 실체를 길어올린다.
터너는 바다를 표현한 작품에서 특히 뛰어난 솜씨를 발휘했다. 여기에는 그의 기행도 큰 몫을 했다. 그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자세히 볼 일념으로 배의 돛대 꼭대기에 자기 몸을 묶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특이하게 제자나 후계자를 두지 않았다. 별장에서 이름을 바꾸고 은거한 까닭에 그의 임종을 지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왜 이렇듯 고독한 삶을 살다 갔을까. 영화 미스터 터너가 그 답을 일러 줄 것이다.
극중 터너로 분한 배우 티모시 스폴은 촬영에 들어가기 2년 전부터 그림을 배우며 작품을 준비한 덕에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열정은 제67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열매를 맺었다. 내년 1월 개봉.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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