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안)태경이는 미국에서 이렇다 할 부상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검 후 현역 판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내 경우는 조금 달랐다. 공익 복무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공익 근무에 임할 경우, 현역보다 3개월 더 복무를 해야 한다. 나는 그것보다 하루라도 더 빨리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싶었고, 결국 현역 입대를 자원했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통 큰 결정’이었다. 과정은 달랐지만, 옛 부산고 동료이자 에이스였던 안태경과 정수민은 그렇게 현역 복무에 임하게 됐다. 그리고 안태경은 올해 전역 후 연고팀 롯데 자이언츠에 2차 1번 지명을 받으며 ‘화려한 컴백’을 신고했다.
정수민, ‘내년 2차 신인 드래프트의 주인공은 바로 나’
친구이자 라이벌인 두 이는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다. 필자 역시 정수민을 찾기 전, 안태경에게 ‘정수민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전달해 달라.’라고 요청했는데, 딱 한마디만 했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전역이나 하라.’라고. 역시 부산 사나이다운 표현이었다. 이를 전해들은 정수민 역시 웃으며 “얼마 전 (안)태경이와 전화를 했다. 요즘 롯데 분위기도 어수선해서 걱정했는데, 선수들은 자신들이 할 것만 하겠다고 하더라. 워낙 기본이 좋은 친구니까 걱정은 안 한다. 그래도 프로라서 힘이 들긴 드는 모양이더라.”라며 친구의 근황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랬던 정수민은 2008년 화랑대기 이후 아주 오랜만에 국내 무대 마운드에 선 일이 있었다. 바로 지난 2011년에 시행했던 ‘부산고-경남고 라이벌 열전’에서였다. 당시 어깨 부상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마운드에 올랐던 정수민은 최고 구속 147km의 빠른 볼을 구사하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그의 공을 받아줬던 이가 1년 선배인 김태군(NC)이었다.
“(김)태군이 형과 다시 호흡을 맞춘 것이 4년 만이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익숙했다. 마치 고교 때로 돌아간 듯했다. 그래서 ‘아, 습관이란 것이 이래서 무서운가 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조금도 불편함 없이 던졌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 정수민의 회상이다. 다만, 이 모습을 미국에서 조금 더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건 간에 어깨 부상 이후 회복 과정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에 임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 것도 아니었고, 8시부터 오후 5~6시까지 진행되는 일과 시간에는 훈련에 임하거나 행정병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그러나 정수민은 “오히려 밖에 있을 때보다 몸 상태는 더 좋아진 것 같다.”라며 상당히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재활 이후 어깨 통증이 전혀 없다. 지금 몸 상태가 미국에 있었을 때보다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여기 있다고 해서 운동에 전념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간부님들의 배려로 몸을 만들거나 캐치볼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일과 시간에 집중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전투 체육 시간을 좋아한다(웃음).” 정수민의 진심이다. 실제로 그는 체력은 물론, 사격과 정신전력 측정 등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올해 ‘특급전사 요원’으로 선발됐다. 아직 상병 계급을 달고 있어야 할 정수민이 11월에 ‘병장’으로 조기 진급할 수 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짧지 않은 미국 생활에서 ‘경험’이라는 무기를 얻어 왔다고 자평했다. 각 나라에서 대표하는 유망주들과 직접 대결을 해 봤고, 그 중 일부는 메이저리그에도 승격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유학이라는 것은 공부로 성공한 사람들이 다녀오는 것 아닌가. 나 역시 야구 유학을 다녀온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난 미국에서의 생활에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공해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표현했다. 또한, 미국에서의 경험이 헛되지 않도록 향후 한국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자신의 모든 능력을 발휘하겠다는 약속 또한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정수민은 내년 전역을 앞두고, 인터뷰 말미에 또 다른 ‘도전’에 대해 남다른 견해를 드러내 보였다.
“미국에서 데이터를 보는 방법을 배워 오는 등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내년 3월에 전역하면, 5개월 이후 2차 드래프트에 나서는데, 그 5개월 동안 착실하게 몸을 만들며 기다리겠다. 나를 지명해주는 구단이 있으면, 어느 구단이건 간에 최선을 다하여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 그렇게 한국에서 내 역량을 발휘한 이후에 포스팅이나 FA 자격을 얻으면, 그때 여건이 될 경우 다시 해외로 도전하고 싶다.”
유니폼이 아닌, 전투복 입은 모습도 멋있는 ‘진짜 군인’ 정수민. 전역시까지 건강한 몸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이후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얼마 안 있다가 GOP 복무에 임합니다. 다녀와서 휴가 가면, 나중에 부산 한 번 놀러 와 주십시오. 이렇게 먼길까지 온 데에 대한 보답을 꼭 하고 싶습니다. 충성! (인터뷰 이후 헤어지는 길에서)”
※ 취재를 흔쾌히 허락해 주신 22사단장님 및 해당 부대 정훈장교 양군모 중위님, 그리고 정수민 병장에게 감사 인사를 건넵니다. 또한, 운동을 잠시 뒤로하고 전방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에 임하고 있는 모든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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