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리포트 정원일]'세계랭킹 1위'는 최근 골프계 최대 화두다. 매일같이 '세계랭킹 1위'에 대한 기사가 쏟아진다. 대회가 열리기 전에는 왕좌의 주인공이 바뀔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하기도 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또 다음의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예측과 분석을 내놓는다.
한국 미디어와 골프팬들은 박인비의 '세계랭킹 1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세리도 오르지 못했던 세계랭킹 1위. 그래서 더욱 박인비가 여제 타이틀을 지켜주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박인비가 주춤하면서 팬들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인 선수로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린 건 신지애와 박인비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간절함이 조바심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박인비가 최근 대회에서 컷 탈락하자 '위태', '빨간불'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시즌초부터 기대했던 박인비가 주춤하고 덩달아 한국낭자군의 승전보도 전해지지 않으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
그 동안 너무 잘해줬기에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이유다. 아직까지 우승소식이 없다는 게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우승은 당연한 게 됐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게 안되면 조바심만 커진다.
그러나 조바심은 일을 그르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묵묵히 지켜봐주고 한 걸음 뒤에서 기다려줄때다. 지금 가장 답답한 건 선수 자신이다. 박인비가 살을 빼고 치마를 입었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이를 성적과 연관시켜 부진의 이유로 꼽는 건 오히려 선수를 흔들뿐이다. 물론 이런 관심은 박인비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공인이기 때문이다.
박인비도 '쿨'하게 부담감을 벗어버릴 필요가 있다. 하나하나 모두 신경쓸 필요도 없다. 세계랭킹은 박인비만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박인비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스테이시 루이스의 자리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한국인 선수의 자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시 박인비의 것이 될수 있다.
박인비는 매주 초 발표되는 세계랭킹 1위에 이미 59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더 이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미 할만큼 했다. 잠시 내줬다 다시 되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흥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본인에게도 이보다 큰 동기부여가 없다.
아직 박인비는 젊다. 그리고 박인비 개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다. 박인비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품절녀다. 자신의 스윙 코치이기도 한 남기협(33)씨와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다.
모든 것을 가질 순 없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생기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넘치는 것도 있는 게 삶이다. 잠시 짐을 내려놓고 쉬었다 가는 게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 가장 답답한 건 박인비 자신일 것이다. 머리는 이미 '쿨'하게 잊고 최선을 다하는 데만 집중하려고 해도 한편으론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그게 사람이다. 게다가 매일같이 '위기'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멘탈 갑'으로 불리는 박인비라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이럴땐 빨리 짐을 내려놓는 게 좋다. 그렇다고 일부러 성적을 망칠 수는 없다. 결국 마음으로라도 세계랭킹 1위에 대한 부담감을 버려야한다. 세계랭킹 1위라는 글자를 '쿨' 하게 잊는 것이다. 골프선수 박인비가 아닌 연인을 가진 여자 박인비의 삶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면된다. '세계랭킹 1위'는 그때 다시 도전해도 늦지 않다. 박인비는 이미 골프팬들에겐 잊혀질 수 없는 '레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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