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썰매는 눈이나 얼음 위에서 사람이나 짐을 옮기는 데 쓰는 도구다. 오늘날에는 겨울스포츠의 장비로 익숙하지만, 본래 썰매의 역할은 이동과 운송에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바퀴보다 미끄럼틀 형태의 운송 수단이 유용했다. 생활 속에서 쓰이던 썰매가 속도와 기술을 겨루는 스포츠로 발전한 것이다.
‘썰매’의 어원은 일반적으로 한자어 ‘설마(雪馬)’에서 온 말로 설명한다. 다만 썰매가 본래 우리말이고 ‘설마’는 이를 한자로 적은 것이라는 견해도 있어,어원에 관한 논의가 완전히 단순하지는 않다.
설마라는 한자어는 ‘눈 설(雪)’과 ‘말 마(馬)’가 합해진 단어로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눈 위를 달리는 말’이라는 뜻이다. 눈길에서 사람이나 짐을 빠르게 옮기는 썰매의 기능을 떠올리면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국가유산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옛 문헌에는 ‘셜마’라는 형태가 나타난다. 1527년 ‘훈몽자회’에는 ‘눈 설’을 ‘셜’로 적은 사례가 있고, ‘셜마’라는 표현은 18세기 말 문헌까지 확인된다. 이후 19세기부터 ‘썰매’라는 형태로 바뀌어 쓰인 것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변화는 오랜 세월 동안 발음과 표기가 달라지면서 오늘날의 단어가 형성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를 거쳐 일제강점기 때 순우리말로 썰매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22년 12월3일자 ‘죽음의 길 (5)’ 기사에서 ‘썰매를달니고잇슬가?어름에구녕을뚤코잇슬가?그리웁고정다운그사람은 只今(지금)무엇을하고잇슬고?하고 瑪琍(마리)는心眼(심안)을들어梨坪村(이평촌)의風物(풍물)을歷(역)々히...’라고 전했다. 당시의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오늘날과 다르지만, 썰매라는 낱말 자체는 지금과 같은 형태로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기록은 ‘썰매’가 적어도 1920년대 초 신문 지면에서 통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겨울올림픽의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를 묶어 부르는 ‘썰매 종목’이라는 표현을 생각하면, 이 낱말의 역사는 현대 스포츠의 도입보다 훨씬 오래된 우리 언어생활과 맞닿아 있다.
썰매 종목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단순한 스포츠 분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말로 된 하나의 친숙한 이름 아래 유럽의 언어와 알프스의 생활문화, 근대 스포츠의 역사가 함께 들어와 있는 것이다. 겨울철 이동 수단이던 썰매는 이제 선수들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기 장비가 됐다. 생활의 도구가 스포츠로 진화한 셈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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