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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35] 왜 ‘파우더 스노우(power snow)’라 말할까

2026-10-14 06:27

 스키를 즐기는 동호인
스키를 즐기는 동호인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하얗게 보이지만 형태는 제각기 다르다. 단단하게 다져진 눈이 있는가 하면, 얼음처럼 미끄러운 눈도 있다. 그리고 마치 밀가루처럼 곱고 가벼워 발끝에 닿는 순간 부드럽게 흩어지는 눈도 있다. 스키어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눈은 바로 ‘파우더 스노우(powder snow)’이다. (본 코너 1927회 '왜 ‘스키어(skier)’라고 말할까' 참조)

이름의 의미는 간단하다. ‘power’은 가루이고, ‘snow’는 눈이다. 직역하면 ‘가루눈’이다. 그러나 이 두 단어가 만나 만들어 내는 풍경은 단순한 번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영어 power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중세 영어 ‘poudre’, 고대 프랑스어 ‘poudre’ 또는 ‘pouldre’를 거쳐 라틴어 ‘pulvis’, 즉 ‘먼지’라는 뜻의 단어에 닿는다. 오늘날 화장품 가루를 ‘페이스 파우더’라고 부르고, 밀가루나 코코아를 각각 ‘플라워 파우더’, ‘코코아 파우더’라고 표현하는 것도 같은 의미의 연장선에 있다. 무언가를 이루는 입자가 아주 작고 잘게 흩어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1990년대부터 외래어로 파우더 스노우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95년 12월26일자 ‘캐나다 스키투어 <下(하)> 2천m 고원덮은‘눈의 바다’ 선샤인 빌리지‘ 기사에서 ‘질주할 때 뺨을 때리는 파우더 스노우의 촉감.가슴까지 빠지는 자연설속에 한없이 눕고픈충동이 솟는다’고 전했다. 당시 기사는 파우더 스노우라는 낯선 외래어가 단순한 눈의 종류를 넘어, 스키어의 몸으로 경험하는 감각과 설원의 풍경을 전달하는 언어로 쓰였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촉감’이라는 표현이다. 눈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주하는 스키어의 뺨을 때리는 감각으로 표현했다. 가슴까지 빠지는 자연설과 그 속에 몸을 맡기고 싶은 충동은 파우더 스노우가 무엇인지를 사전적 정의보다 생생하게 설명한다. 가볍고 부드러운 눈의 질감이 여행의 매력으로 번역되는 순간이다.


이 기사는 적어도 1995년 당시 한국 언론이 파우더 스노우라는 표현을 해외 스키 여행의 경험을 전달하는 데 활용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한 건의 기사만으로 국내에서 해당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거나, 바로 그 시기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용어의 국내 도입과 확산 시기를 정확히 밝히려면 그 이전의 신문 기사와 잡지, 스키 전문 서적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파우더 스노우라는 이름은 눈을 과학적으로 분류하는 말인 동시에, 눈을 바라보는 사람의 감각에서 태어난 표현이기도 하다. 눈이 얼마나 하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곱고 가벼우며 부드럽게 흩어지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파우더 스노우가 특별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스키를 타보면 알 수 있다. 잘 다져진 슬로프에서는 스키어가 설면 위를 가르며 회전한다. 반면 깊은 파우더 스노우에서는 스키가 가루처럼 부드러운 눈 속을 미끄러지며, 회전할 때마다 눈보라가 몸 주변으로 피어오른다. 눈 위를 달린다기보다 눈 속을 유영하는 듯한 감각에 가깝다.

물론 모든 가루눈이 같은 것은 아니다. 눈의 깊이와 수분 함량, 바람에 의해 쌓인 형태에 따라 활주감은 달라진다. 하지만 차갑고 건조한 눈이 충분히 쌓인 날, 스키어들이 새벽부터 산으로 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밤사이 내린 눈은 아직 누구의 흔적도 남지 않은 하얀 공간을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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