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91406402605711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영어로 ‘short’는 ‘짧은’, ‘track’는 track은 ‘트랙’을 뜻한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짧은 트랙에서 하는 스피드스케이팅’이다. 하지만 이 이름에는 단순히 경기장의 크기만을 설명하는 것 이상의 빙상 스포츠 역사가 들어 있다.
지금이야 누구나 아는 이름이지만, 한국에서 이 명칭이 처음부터 익숙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이라는 표현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조선일보 1984년 12월 20일자 ‘국내첫선「쇼트트랙」대회 개막 氷上(빙상)경기 본격 시즌 돌입’ 기사는 ‘19일 태릉실내링크에서 모두48명(남35,여13)이 참가한가운데 개막된 제1회전국남녀인도어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대회 첫날 여자부경기에서 국가대표 林賢淑(임현숙)(동국대)은 여대5백m와 1천5백m에서 각...’고 전했다. 이 기사는 단순한 경기 결과 기사가 아니다. 한국에서 쇼트트랙이라는 종목이 어떻게 소개되고 받아들여졌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역사적 기록이다. 대회 명칭부터 ‘제1회 전국남녀 인도어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대회’였다. 지금 익숙하게 부르는 ‘쇼트트랙’이라는 이름 앞에 ‘인도어(Indoor)’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 당시에는 이것이 기존의 스피드스케이팅과 다른 새로운 경기 형태라는 점을 강조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스피드스케이팅이라고 부르는 종목은 긴 타원형 트랙에서 선수들이 주로 2명씩 출발해 기록을 겨루는 경기로 알려져 있다. 국제적인 스피드스케이팅은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19세기 말부터 국제대회 체계가 만들어졌다. 국제빙상연맹(ISU)의 첫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는 1893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렸다. (본 코너 1903회 ‘왜 ‘스피드스케이팅’이라 말할까‘ 참조)
하지만 북미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의 경기가 인기를 끌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선수들이 한꺼번에 출발하는 ‘팩 스타일(pack-style)’ 경기, 즉 여러 명이 무리를 지어 달리는 방식의 스피드스케이팅이 성행했다. 이 북미식 경기 문화가 훗날 쇼트트랙의 중요한 뿌리가 된다. 북미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이 실내 아이스링크에서도 많이 열렸다. 특히 아이스하키와 피겨스케이팅에 사용되는 실내 링크를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400m 규모의 야외 스피드스케이팅 트랙보다 훨씬 작은 경기 공간에서 경기가 열렸다.
현재 쇼트트랙에서 사용하는 트랙의 한 바퀴 길이는 111.12m다. 일반적인 국제 스피드스케이팅의 400m 트랙과 비교하면 상당히 짧다. 그래서 ‘Short Track’이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긴 스피드스케이팅 트랙과 구별되는 짧은 트랙을 의미하게 됐다.
흥미로운 것은 트랙이 짧아지면서 경기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400m 트랙에서는 직선 구간이 길고 선수들이 자신의 기록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111.12m의 쇼트트랙에서는 코너가 훨씬 자주 등장하고 선수들이 한꺼번에 달린다. 추월, 자리싸움, 몸싸움에 가까운 치열한 공간 경쟁, 순간적인 전략 판단이 경기의 일부가 된다. 즉, ‘쇼트’는 단순히 트랙의 길이를 줄였다는 뜻이 아니라 경기의 문법까지 바꾼 짧은 트랙이었다.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오늘날의 명칭이 처음부터 정착돼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Indoor Speed Skating’, 즉 ‘실내 스피드스케이팅’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기존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실내 링크에서 여러 선수가 함께 출발하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이 종목이 국제적인 스포츠로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Short Track Speed Skating’이라는 명칭이 자리 잡았다. 결국 이름의 변화는 경기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국제빙상연맹(ISU)은 1967년 쇼트트랙을 별도의 종목으로 인정했다. 국제대회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였고, 1976년에는 첫 국제적인 세계선수권대회가 개최됐다.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체계가 정착됐고 1981년부터 공식 세계선수권대회가 이어졌다.
올림픽 무대에 등장한 것은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이었다. 당시에는 정식 메달 종목이 아닌 시범종목이었다. 4년 뒤인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마침내 정식 종목이 됐다. 오늘날 세계적인 겨울 스포츠가 된 쇼트트랙의 역사를 생각하면 의외로 짧은 시간이다.
긴 트랙을 짧게 줄였기 때문에 선수들은 서로 가까워졌고, 서로 가까워졌기 때문에 추월과 전략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 치열한 경쟁 때문에 쇼트트랙은 오늘날 가장 박진감 넘치는 동계 스포츠 가운데 하나가 됐다. 결국 ‘쇼트트랙’이라는 세 글자에는 이 종목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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