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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02] 왜 ‘빙상(氷上)’이라 말할까

2026-09-11 06:38

 빙상 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 모습
빙상 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 모습
‘빙상(氷上)’은 생각보다 특별한 말이 아니다. 한자를 그대로 풀어보면 그 뜻이 아주 단순하기 때문이다. ‘빙(氷)’은 얼음이고, ‘상(上)’은 위를 뜻한다. 그러니 빙상은 말 그대로 ‘얼음 위’다.

빙상이라는 말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사용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빙상이라는 한자어는 원문으로 25회나 검색된다. 이미 태종 17년(1417)의 기록에서 ‘得鯉魚於氷上’, 즉 ‘얼음 위에서 잉어를 얻었다’는 표현이 확인된다. 빙상은 조선시대부터 존재하던 한자어가 근대에 들어와 스포츠 전문용어로 의미가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를 거쳐 일제강점기 때 빙상이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1년 1월11일자 ‘한강철교밋헤빙상운동’ 기사를 사진과 함께 전했다. 1920년대 신문에서는 ‘빙상운동’이라는 형태로 얼음 위에서 행하는 근대적 스포츠 활동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얼음 위에서 이루어지는 운동에는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등이 있다. 이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부르기 위해 빙상이라는 말이 편리하게 사용되면서, 빙상은 단순한 위치를 넘어 얼음 위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 분야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우리는 ‘빙상 종목’이라고 하면 대체로 스케이트를 이용하는 경기들을 떠올린다. ‘빙상 선수’라고 하면 얼음 위에서 경기하는 선수를 뜻하고, ‘빙상계’라고 하면 그러한 종목과 선수, 지도자 등이 이루는 영역을 의미한다. 말의 출발점은 ‘어디에서 하는가’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가’까지 의미가 확장된 셈이다.

일상에서는 빙상보다 ‘빙판’이라는 표현도 훨씬 친숙하다. “빙판길을 조심하세요”라고 할 때의 ‘빙판’이 그것이다.

‘빙판(氷板)’ 역시 한자를 보면 뜻을 짐작하기 쉽다. 얼음 빙(氷)에 널빤지 판(板)을 붙여, 마치 널빤지처럼 펼쳐진 얼음판을 의미한다.

두 말은 비슷하지만 쓰임에는 차이가 있다. 빙판이 실제로 얼어붙은 표면이나 미끄러운 얼음판을 떠올리게 한다면, 빙상은 좀 더 추상적이고 전문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빙판을 달리는 선수”라는 표현은 자연스럽지만, 스포츠 분야를 말할 때는 빙상 종목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 차갑고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출발한 두 글자가, 오늘날에는 뜨거운 경쟁과 감동을 상징하는 말이 된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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