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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00] 왜 ‘동계종목’이라 말할까

2026-09-09 06:51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개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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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종목’은 한자어로 ‘冬季種目’이라 쓴다. 겨울 동(冬), 계절 계(季), 씨 종(種), 눈 목(目)을 써서 글자 그대로 풀면 ‘겨울철에 해당하는 종목’이라는 뜻이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을 비롯해 스키와 스노보드, 아이스하키, 컬링, 봅슬레이 등을 동계종목이라 부른다.

한국 스포츠의 출발점에서 오늘날의 동계종목이라는 말이 먼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 등장한 것은 훨씬 구체적인 말이었다. 바로 ‘빙상경기’였다. 빙상경기도 한자어로 ‘氷上競技’라고 쓴다. 얼음 빙(氷), 위 상(上), 겨룰 경(競), 재주 기(技)를 써서 얼음판 위에서 하는 경기를 뜻한다.

대한체육회 전국체육대회 역사 기록을 보면 1925년 1월 5일 한강에서제1회 전조선빙상경기대회가 열렸다. 1929년에는 제5회, 1930년에는 제6회, 1931년에는 제7회, 1933년에는 제9회 전조선빙상경기대회가 이어졌다. 당시 대회 장소는 한강이었다. 당시 신문을 직접 들여다보면 표현은 더욱 생생하다.

1929년 1월 11일자 동아일보에는 ‘제2회 전조선빙상경기대회’라는 제목과 함께 ‘한강빙원을 정복할 전조선빙상경기’라는 기사가 실렸다. 오늘날의 표현으로 바꾸면 ‘겨울 스포츠 대회’쯤 될 것이다. 이 명칭에는 당시 한국 겨울 스포츠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오늘날처럼 실내 아이스링크가 전국 곳곳에 있던 시대가 아니었다. 한강이 얼어붙으면 그곳이 경기장이 됐다. 겨울이라는 계절은 추상적인 스포츠 분류가 아니라 얼어붙은 강이라는 실제 경기장으로 존재했다. 따라서 한국 근대 스포츠의 초기 겨울 종목을 이해하려면 ‘동계’라는 단어보다 ‘빙상’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당시 신문은 겨울 스포츠를 오늘날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1928년 동아일보에는 ‘제3회 전조선빙상경기대회’가 주요 기사로 등장한다. 1931년 1월 24일자 신문에도 ‘전조선빙상경기대회’와 함께 ‘한강에서 열리는 전조선빙상경기대회’관련 기사가 실려 있다. 기사에는 참가 인원과 기록 경쟁에 대한 내용까지 등장한다. 1936년에도 ‘제9회 전조선빙상경기대회’, 1940년에는 ‘제13회 전조선빙상경기대회’가 신문 지면에 등장한다.

이 기록들을 보면 적어도 1920~1940년대 한국의 겨울 스포츠 언어에서 빙상경기가 매우 강력한 중심 용어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겨울 스포츠를 하나의 거대한 범주로 묶기보다는 실제 경기 종목과 경기 환경을 중심으로 이름을 붙였다. 얼음 위에서 하면 빙상경기였다. 이것은 당시 한국의 동계스포츠가 무엇을 중심으로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언어적 흔적이기도 하다.


현재 온라인에서 확인 가능한 신문·체육사 자료만으로 동계종목이라는 네 글자가 한국에서 최초로 사용된 정확한 연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1920년대에 동계종목이라는 말이 처음 생겼다’거나 ‘어느 신문이 최초로 사용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대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개념의 변화다. 초기에는 ‘빙상경기’라는 구체적인 종목 중심의 명칭이 사용됐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겨울 스포츠의 범위가 넓어졌다. 얼음 위에서만 경기가 열리는 것이 아니었다. 스키가 등장했고, 설상 종목이 발전했다.

이제 ‘빙상’만으로는 겨울 스포츠 전체를 설명할 수 없게 됐다. 그때 필요한 개념이 ‘동계’였다. 빙상과 설상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상위 개념. 얼음과 눈 위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스포츠를 하나의 범주로 묶어주는 말이다. 즉 ‘동계’는 단순한 계절 표현이 아니라 스포츠 분류의 언어가 된 것이다.

한국 스포츠사의 중요한 장면은 해방 직후에 나타난다.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1946년 1월에는 한강 특설링크에서 ‘해방경축 종합경기대회 동계대회’가 열렸다. 경기 종목도 빙속과 빙구, 즉 스피드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였다. 빙상이라는 특정 경기의 이름에서 벗어나 ‘동계’라는 계절적·종합적 범주가 대회의 명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듬해인 1947년에는 ‘조선올림픽대회 동계대회’가 열렸고, 같은 해 2월에는 지리산 노고단에서 동계스키대회도 개최됐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국제 스포츠에서도 겨울 스포츠가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있었다. 1908년 런던올림픽에는 피겨스케이팅이 등장했고, 1920년 앤트워프올림픽에서는 아이스하키와 피겨스케이팅이 열렸다. 그러나 당시에는 별도의 동계올림픽이 존재하지 않았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국제 겨울 스포츠 주간이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당시 대회는 처음부터 ‘동계올림픽’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것이 아니었지만,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제1회 동계올림픽으로 인정하면서 겨울 스포츠가 독립적인 국제 스포츠 영역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 ‘빙상’에서 ‘동계’로 개념이 확대된 것과 세계 스포츠에서 ‘겨울 스포츠’가 하나의 독립적인 영역으로 제도화된 것은 서로 다른 역사이지만, 방향은 비슷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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