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을 설명하며 꺼내든 이른바 '회사원론'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염 감독의 논리는 이렇다. 베테랑 선수 역시 일반 직장인처럼 한순간의 부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고, 그동안 팀에 기여한 가치와 경험, 회복할 시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감독의 중요한 역할이다. 특히 오랜 시간 팀을 위해 헌신한 베테랑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회사원론'이라는 비유는 다른 시각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반 회사원도 성과와 무관하게 보호받는 존재는 아니다. 회사원 역시 항상 평가를 받는다. 맡은 업무에서 지속적으로 결과를 내지 못하면 인사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고, 보직 변경이나 자리 이동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조직을 책임지는 팀장과 임원이라면 기준은 더욱 엄격하다. 자신이 맡은 부서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과거의 성공만으로 계속 자리를 지키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감독은 어떨까? 감독은 팀이라는 조직의 방향을 결정하고, 성적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자리다. 선수가 부진하면 2군으로 내려간다. 경쟁에서 밀리면 출전 기회를 잃는다. 아무리 높은 연봉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수라도 결국 현재의 경기력으로 평가받는 것이 프로의 냉정한 현실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염경엽 감독이 말한 '회사원론'이 결국 감독 자신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 역시 구단이라는 조직에 속한 구성원이자, 팀 운영이라는 중책을 맡은 책임자다. 자신의 역할과 성과로 평가받는 자리라는 점에서 선수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선수들에게 적용한 '기다림'의 논리가 감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의 책임에서 조금 벗어나려는 논리로 비칠 수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염경엽 감독의 성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염 감독은 지난 3년 동안 LG를 두 차례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는 분명한 업적이며, 감독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결과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는 과거의 영광만으로 평가받는 세계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 스포츠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보면 이 원칙은 더욱 분명해진다.
감독마다 추구하는 철학은 다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수비 안정과 실리를 중시하는 감독도 있다. 구단은 감독의 철학과 방향성을 존중한다. 하지만 철학이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뚜렷한 전술 철학을 가진 감독이라도 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성적이 추락하면 경질이라는 결정을 피하지 못한다. 과거 우승 경험이 있는 명장이라도, 현재 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 책임을 묻는 것이 프로 스포츠의 현실이다. 철학은 중요하다. 그러나 철학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이지, 결과에 대한 책임을 대신하는 방패가 될 수는 없다.
염경엽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모든 판단과 결과를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다. LG는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그렇기에 팬들의 기대치 역시 높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순위표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강한 전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경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고 싶어 한다.
프로의 세계에서 기다림은 면책권이 아니다.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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