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선수들을 보유한 한국 축구는 분명 최고의 황금기를 맞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3년 동안 한국 축구를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경기장의 환호가 아니었다. 감독 선임 논란, 대표팀 내부 갈등, 대한축구협회의 책임론, 그리고 국회 청문회까지.
한국 축구는 왜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경기장 밖에서 더 많은 논란을 만들어내는 상황에 놓였을까?
결국 문제의 본질은 감독 한 명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의사 결정 과정과 책임 구조, 그리고 신뢰를 잃은 시스템이었다.
시작은 2023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파울루 벤투 감독 후임으로 독일 축구의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을 선택했다. 선수 시절 세계적인 스타였고, 독일 대표팀과 미국 대표팀을 이끈 경험도 있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화려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선임 직후부터 논란이 이어졌다.
문제는 클린스만이라는 인물 자체보다 선임 과정이었다. 국가대표 감독은 한국 축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자리다. 그렇다면 팬들이 알고 싶었던 것은 단순했다.
왜 클린스만인가. 그리고 어떤 검증과 기준을 통해 선택했는가.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의 설명은 팬들의 의문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 화려한 경력은 있었지만, 선택 과정에 대한 신뢰는 부족했다.
클린스만 체제는 시작부터 불안한 질문을 안고 출발했다. 이후 논란은 경기력보다 대표팀 운영 방식으로 번졌다. 팬들이 기대한 것은 단순히 유명한 감독이 아니었다. 선수들과 직접 소통하고, 대표팀 문화를 만들며, 한국 축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도자였다.
하지만 재임 기간 동안 감독의 역할과 대표팀 관리 능력을 둘러싼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은 2024 아시안컵이었다. 한국은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앞세워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경기력 논란 속에 대회를 마쳤고, 대표팀 내부 갈등까지 불거졌다. 손흥민과 이강인을 둘러싼 충돌은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큰 사건이 됐다. 물론 선수들 사이의 갈등은 어느 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였다.
대표팀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전술 능력만이 아니다. 다양한 개성과 성향을 가진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과 결별했다.
하지만 팬들의 질문은 남았다. 감독 한 명을 바꾸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클린스만 경질 이후 대한축구협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같은 논란이 반복됐다.
홍명보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선수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한국 축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러나 팬들이 문제 삼은 것은 홍명보라는 사람 자체가 아니었다.
핵심은 또다시 과정이었다. 왜 홍명보인가. 그리고 왜 이런 방식으로 결정됐는가.
감독 선임 절차와 전력강화위원회의 역할을 둘러싼 의문이 커졌다. 팬들이 요구한 것은 특정 감독의 퇴진이 아니었다. 한국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인 국가대표 감독이 어떤 기준과 시스템으로 결정되는지에 대한 답이었다.
클린스만 때 제기됐던 질문은 홍명보 때 다시 등장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정말 변한 것인가?
홍명보호가 2026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대표팀 운영 방식과 선수 기용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됐고, 특히 손흥민 활용 문제는 팬들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 축구의 상징과 같은 선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였다.
월드컵 무대에서도 기대했던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멕시코와 남아공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치렀고, 한국 축구는 다시 한번 아쉬움을 남겼다. 팬들이 느낀 실망은 단순한 성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감독은 바뀌었지만 왜 문제는 반복되는가라는 의문이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은 국회 청문회까지 이어졌다. 축구 행정과 감독 선임 과정, 책임 소재를 따지는 자리였다.
물론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방식과 의사 결정 과정은 검증받아야 한다. 국민적 관심이 큰 대표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경기 전술과 선수 기용 문제까지 국회 청문회장에서 논의되는 모습은 한국 축구가 얼마나 깊은 불신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겉으로는 감독 선임 실패의 역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질은 더 깊다. 문제는 감독 한 명이 아니다.
누가 감독을 선택하는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한국 축구가 답해야 할 질문은 여기에 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보유했다고 해서 세계적인 축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선수만으로 좋은 축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클린스만에서 시작된 질문. 홍명보에서 반복된 질문. 그리고 청문회까지 이어진 질문.
한국 축구는 이제 답해야 한다. 정말 바뀔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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