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61] 왜 ‘꽃놀이패’라고 말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80106583005593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꽃놀이패는 꽃을 구경하며 즐기는 일인 ‘꽃놀이’와 바둑 용어인 ‘패(劫, ko)’가 합해진 말이다. 패는 한자음이 아니라 바둑 용어의 고유한 명칭이다. 따라서 '패(劫)'라고 표기하면 한자와 바둑 용어를 함께 나타내는 올바른 표기이다.한자 ‘劫’은 일반 한자음으로는 '겁'이라고 읽지만, 바둑 용어에서는 관용적으로 '패'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일본 바둑 용어 ‘花見劫(하나미코)’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花(꽃 화)’, ‘見(볼 견)’, ‘劫(겁/패)’가 합해진 말이다. 직역하면 '꽃구경 패' 또는 '꽃놀이 패'가 되는데, 한국에서는 자연스러운 표현인 '꽃놀이패'로 굳어졌다. 따라서 꽃놀이패는 '꽃패(花札)'와는 관련이 없고, '꽃놀이를 하듯 여유로운 패(劫)'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1970년대 이후부터 꽃놀이패라는 말을 본격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매일경제 1975년 1월8일자 ‘趙治勲(조치훈),坂田(판전)에2連勝(연승)’ 기사에 ‘이날의 대국은 시노하라 9단의 입회하에 日本(일본) 바둑계의 원로인 사까다 9단이 집흑으로 화점에 첫점을 놓음으로 시작, 흑이 실리바둑으로 두고 백이 세바둑으로 두어나가면서 중반이후까지도 승패를 점칠수없을 정도로 팽팽히 맞섰으나 大馬(대마) 싸움에서 趙(조) 9단이 꽃놀이패를 전개, 大馬(대마)를 잡아 결국 바둑이 시작된 지 13시간28분뒤인 하오 10시28분 백의 2백34수가 두어지자 흑은 돌을 던졌다’고 전했다.
이 기사의 표현에서 주목할 점은 '꽃놀이패를 전개했다'는 부분이다. 이는 당시 바둑계에서는 '꽃놀이패'가 이미 전문용어로 통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이 용어는 스포츠 기사와 정치·경제 기사로 확산되면서 '어느 쪽으로 흘러도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뜻하는 일반 관용어로 자리 잡았다.
바둑에서 이 말은 흔히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을 때 사용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손해 볼 일이 없고, 상황의 주도권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하지만 삶을 돌아보면, 진정 꽃놀이패를 쥔 사람은 처음부터 좋은 패를 받은 사람이 아니라 주어진 패를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꽃놀이패를 찾는다. 좋은 학벌, 탄탄한 집안, 넉넉한 자산, 뛰어난 재능, 폭넓은 인맥을 꽃놀이패로 여긴다. 분명 이러한 조건은 출발선을 앞당겨 주는 힘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좋은 패를 쥐고도 방심하면 기회를 잃고, 불리한 조건에서도 치밀한 전략과 꾸준한 노력으로 판을 뒤집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