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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56] 바둑에서 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말을 쓸까

2026-07-27 07:02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56] 바둑에서 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말을 쓸까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고사성어는 바둑뿐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많이 쓰는 표현이다. 한자어로 ‘쓸 고(苦)’, ‘고기 육(肉)’, ‘갈 지(之)’, ‘채찍 책(策)’이 합성돼 직역하면 ‘자기 몸을 괴롭게 하여 쓰는 계책’이라는 뜻이다.

고육지책은 중국 후한 말의 적벽대전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삼국지연의’에서는 황개가 조조를 속이기 위해 일부러 주유에게 공개적으로 심한 매를 맞는다. 황개는 조조에게 "오나라를 배신하고 항복하겠다"는 편지를 보내고, 조조는 온몸에 상처를 입은 황개를 진심으로 배신한 사람이라고 믿게 된다. 이후 황개는 항복하는 척하며 화공선(火攻船)을 몰고 조조의 함대로 접근해 불을 질렀고, 이것이 적벽대전 승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성어 자체는 검색되지 않는다. 이는 이 성어가 조선 시대에 널리 쓰인 표현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조선의 문신들은 비슷한 상황을 표현할 때 ‘권도(權道)’, ‘방책(方策)’, ‘기계(機計)’, ‘계책(計策)’ 등의 표현을 더 많이 사용했다.

고육지책이라는 개념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이 말 자체는 후대에 널리 퍼진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를 거쳐 일제강점기에 이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5년 9월2일자 ‘대영리권부여(對英利權賦與)’ 기사는 ‘이것은 실로 에디오피아에 대해서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며, 이태리에 대해서는 추계망리격(追鷄望離格)이며, 영국에 대해서는 어부지이익(漁夫之利益)이다’고 적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침략 위협에 직면한 에티오피아가 국토 개발과 관련된 중요한 이권을 영국에 넘기는 결정을 두고, 신문은 이를 고육지책이라고 표현했다. 즉, 국가의 존립을 지키기 위해 일부 국익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미였다. 이처럼 고육지책은 원래 중국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1930년대 우리 언론에서는 이미 정치·외교 분야의 전략적 선택을 설명하는 성어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둑에서 고육지책은 스스로 피해를 감수해 상대를 속이거나 더 큰 목적을 이루는 전략이다. 대국에서 종종 몇 점의 돌을 과감히 버리는 선택을 한다. 초보자는 버림을 실패로 생각하지만, 고수는 버림을 통해 판 전체를 살리는 것이다.

바둑에서 중요한 것은 한 점의 돌이 아니라 판 전체의 균형이다. 이미 살릴 수 없는 돌을 끝까지 붙잡으면 더 큰 세력을 잃고, 결국 대국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작은 손실을 받아들이면 흐름을 되찾고, 더 큰 집과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열린다. 그래서 바둑에는 "잘 버리는 사람이 잘 이긴다"는 말이 있다.

이 원리는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패한 사업, 끝난 인간관계, 과거의 결정, 매몰된 비용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아붓는다. 그러나 과거에 투자한 것이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미래까지 희생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바둑에서 죽은 돌을 끝까지 살리려다 더 큰 세력을 잃는 것과 다르지 않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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