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카타고와 대국 펼치는 신진서. [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72607153009971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완승은 한자어로 ‘완전할 완(完)’과 ‘이길 승(勝)’이 합쳐진 단어이다. '완전한 승리', '상대를 압도하여 이긴 승리'를 뜻이다. 단순히 이겼다는 뜻의 승리(勝利)보다 더 강한 표현이다. 완승은 단순히 점수 차가 큰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기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상대에게 주도권을 거의 내주지 않고 우세하게 이겼을 때도 사용한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완승이라는 단어는 검색되지 않는다. 이는 이 단어가 조선 시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았거나 적어도 실록에는 등장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완승이라는 말은 전통 한자를 조합했지만 근대 이후에 굳어진 말로 추정된다. 근대 이후 일본에서 만들어져 역수입된 말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를 거쳐 일제강점기 때 완승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40년 6월6일자 ‘동아대회안내(東亞大會案內)’ 기사는 ‘동아대회(東亞大會)에대(對)하여 일본측(日本側)에서는 십오종경기(十五種競技)에 체협(體協)의통제하(統制下)에 강화연성(强化鍊成)하기에 노력중(努力中)으로전종목(全種目)을완승(完勝)할의기(意氣)인데 육상(陸上)과자전거(自轉車)를 제외(除外)한십삼경기(十三競技)는 지난오월입일(五月廿日)에 예선(豫選)을마치고 육상(陸上)과자전거(自轉車)는 육월삼일(六月三日)에 예선(豫選)을 마치게되엇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서 완승은 오늘날과 같은 의미인 '압도적인 승리', '완전한 승리'로 쓰였다. 다만 이 자료는 최초의 용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미 1940년에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그 이전부터 독자들이 이해할 정도로 어느 정도 정착한 어휘였음을 보여준다.
바둑에서 집 차이는 단순한 점수 차가 아니다. 축구의 골이나 야구의 득점처럼 독립적으로 쌓이는 기록이 아니라, 포석과 중반 전투, 끝내기까지 이어진 모든 선택의 결과가 마지막에 집이라는 숫자로 나타난다. 따라서 11집반이라는 결과는 마지막 계산의 숫자일 뿐, 그 이면에는 경기 전체를 지배한 흐름이 담겨 있다.
특히 프로 기사들의 승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세계 정상급 기사들은 한 집, 반 집을 놓고 치열하게 다툰다. 끝내기에서는 한 집을 얻기 위해 수십 수를 계산하고, 반 집의 손해조차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수준에서 10집이 넘는 차이가 난다는 것은 단순히 한 번 잘 둔 것이 아니라, 초반부터 종반까지 상대보다 한 수, 두 수씩 앞서 있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바둑계는 11집반 정도의 승리를 흔히 완승이라고 표현한다. 공식 규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프로 바둑의 현실이 그렇게 받아들이게 만든 것이다. 정상급 기사 사이에서 두 자릿수 집 차이는 드문 결과이며, 대부분 판의 주도권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경기에서 나온다.
바둑은 승패를 흑과 백으로 나누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회색의 과정이 숨어 있다. 그래서 11집반이라는 숫자 하나만으로는 승부를 다 설명할 수 없다. 바둑계가 완승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단순히 많이 이겼다는 뜻이 아니라, 판 전체를 읽고, 흐름을 지배하며, 상대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은 한 판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는 가장 바둑다운 표현인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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