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단들이 성적이 떨어진 베테랑이나 기존 빅리그 멤버들을 끊임없이 돌려막는 이른바 '경험자 회전문' 현상은 철저한 데이터와 예측 가능성에 기반한다. 아웃맨의 경우 지난 2023년 LA 다저스 시절 23홈런을 터뜨리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3위에 올랐던 이력이 있다. 비록 최근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을지언정 메이저리그의 이동 스케줄, 극심한 압박감, 그리고 빅리그 투수들의 공을 이겨내 본 확실한 데이터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반면 고우석은 마이너리그에서 아무리 좋은 공을 던지더라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아웃카운트를 잡아본 경험이 전무하다. 구단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바닥'조차 예측할 수 없는 미검증 자원에 가깝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고우석의 콜업은 구단에 상당한 부담이다. 고우석을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에 올리려면 현재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다른 선수 한 명을 제외(DFA)해야 한다. 만약 고우석을 올렸다가 결과가 좋지 않아 다시 마이너로 내리거나 방출하게 된다면, 구단은 고우석 한 명을 실험하려다 멀쩡한 자원 하나를 완전히 잃게 되는 악수를 두게 된다. 반면 아웃맨 같은 회전문 멤버들은 계약 구조상 언제든 쓰고 버려도 로스터나 재정적 타격이 없는 '로우 리스크' 카드다.
결국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생태계에서 가장 살아남기 힘든 애매한 포지션, 이른바 '데드존'에 갇혀 있다는 것이 본질적인 이유다. 20대 초반의 초특급 유망주처럼 미래를 보고 매를 맞아가며 키울 나이가 아니고, 그렇다고 빅리그 시스템을 꿰고 있는 베테랑도 아니다. 구단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존 로스터를 깨부수게 만들 만큼 마이너리그를 그야말로 압도하는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상,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굳이 모험을 택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비즈니스 세계에서 유망주는 확실할 때 터뜨려야 할 보물이고, 경험 있는 베테랑들은 언제든 대체 가능한 소모품이다. 고우석은 보물로 취급받기엔 나이가 찼고, 소모품으로 쓰이기엔 '빅리그 경험'이라는 자격증이 없다. 검증된 실패작이 미검증된 대박보다 다루기 쉽다는 메이저리그의 차가운 자본 논리가 고우석이 콜업되지 못하는 진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우석은 고집스럽게 때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고진감래 끝에 이 차가운 문턱을 넘고 빅리그 마운드를 밟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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