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말의 정확한 어원이 뚜렷하지 않다. 대체로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식 속어 ‘후로쿠(付録)’ 또는 ‘후루이(古い)’ 계열 표현이 변형되며 ‘덤으로 얻은 것’, ‘뜻밖의 결과’라는 의미로 당구장 문화 속에 자리 잡았다는 설이 있다. 또 일부에서는 일본 도박·유흥 문화에서 쓰이던 은어가 당구장으로 유입됐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후루꾸의 어원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영어 ‘fluke’이다. 뜻밖의 행운, 우연한 성공, 요행이라는 뜻이다. 웹스터 영어사전(Webster Dictionary)에 의하면 fluke 어원은 넓고 평평하다는 의미의 고대 영어 ‘floc’, 독일어 ‘flach’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 말이 고래 끝의 갈라진 조각이나 닻의 갈고리, 넙치 등의 의미로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래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모습을 연상해 ‘fluke’를 요행이라는 뜻으로 속어처럼 쓴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야구 역사가 폴 딕슨의 ‘딕슨야구사전(The Dickson Baseball Dictionary)’은 fluke를 가리켜 행운과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 플레이나 점수라고 정의했다. ‘텍사스 히트’와 같이 타자가 의도하지 않는 샷으로 진루할 때 쓰는 말이라는 설명이 덧붙였다. 요행으로 이루어진 안타는 ‘차이니스 블루(Chinese Blow)’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야구 초창기 베팅을 잘 하는 중국인들이 키가 작고 요행을 많이 바란다는 의미에서 이 말을 썼다고 한다. 파울 홈런볼을 의미하는 ‘차이니스 홈런(Chinese Home Run)’도 비슷한 의미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본 코너 241회 ‘요행을 뜻하는 영어 ‘플루크(Fluke)’가 ‘후루꾸’가 된 이유‘ 참조)
이 단어가 일본에서 일본식 발음으로 변형된 뒤 한국 당구장 문화로 넘어오며 후루꾸처럼 굳어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특히 한국 당구 용어 상당수는 영어 원어가 일본식 발음을 거쳐 한국식 현장 은어 과정을 거쳐 정착됐다.
사실 당구는 유난히 운과 실력이 자주 충돌하는 스포츠다. 완벽한 계산 끝에 실패할 수도 있고, 반대로 엉뚱하게 친 공이 기가 막힌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당구장에서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후루꾸는 바로 그 미묘한 경계를 설명하는 단어다.
재미있는 건 이 표현 속에는 묘한 견제와 유머가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다. 상대가 멋진 득점을 해도 “좋은 샷이다”보다 “후루꾸네”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완전히 인정하기엔 아쉽고, 그렇다고 결과를 부정할 수도 없을 때 쓰는 생활형 농담인 셈이다. 그래서 당구장에서는 이 말 한마디에 웃음이 터지고 분위기가 풀리곤 한다.
물론 프로 무대에서는 이런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다. 공식 중계에서는 ‘행운의 샷’, ‘의도치 않은 득점’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생활체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후루꾸가 훨씬 생생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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