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래어 닉네임(nickname)은 어떤 대상을 그 대상의 원래 이름을 대신하여 부르는 명칭을 뜻한다. 별칭, 별호라고도 말한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nickname’은 추가된 이름이라는 의미를 갖는 고대 노르딕어 ‘auka-nefi’, ‘auknafn’에서 유래했다. 증가한다는 뜻인 고대 영어 접두사 ‘eaca’가 변형돼 1300년 ‘eke name’라는 말을 거쳐 1500년대 중반 ‘neke name’로 쓰였다가 근대 영어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일제강점기 때부터 닉네임이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조선일보 1926년 1월29일자 ‘스폿스界(계)의囘顧(회고) 注目(주목)되는各地體育團(각지체육단)의 活躍(활약)과健鬪(건투)’ 기사에 닉네임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본 코너 1324회 ‘세계적인 프로 복싱 선수들은 왜 ‘닉네임’을 쓸까‘ 참조)
씨름판을 보다 보면 선수 이름보다 더 먼저 귀에 꽂히는 것이 있다. 바로 ‘별명’, 혹은 닉네임이다. ‘천하장사’ 같은 공식 호칭을 넘어, 팬들은 특정 선수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그를 상징하는 한 단어를 함께 기억한다. 왜 씨름 선수들에게는 유독 이런 닉네임 문화가 발달했을까. (본 코너 1753회 ‘왜 ‘천하장사’라고 말할까‘ 참조)
먼저, 씨름이라는 종목의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씨름은 단순한 힘겨루기를 넘어, 체격·기술·스타일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스포츠다. 어떤 선수는 압도적인 체중과 힘으로 상대를 밀어붙이고, 또 다른 선수는 빠른 발놀림과 기술로 승부를 본다. 이처럼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보니, 이를 한눈에 설명해줄 ‘상징 언어’가 필요해진다. 닉네임은 그 역할을 가장 직관적으로 수행한다. 짧지만 강렬하게, 선수의 특징을 압축해 전달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씨름의 전통성과 이야기성이다. 씨름은 단순한 현대 스포츠가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민속 경기다. 마을 잔치나 명절에 펼쳐지던 씨름판에서는 단순한 승패보다도 ‘이야기’가 중요했다. 어느 마을의 장사가 다른 마을 장사를 꺾었다는 서사, 약자가 강자를 이겼다는 드라마가 관중을 끌어모았다. 이런 맥락에서 별명은 이야기의 주인공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름만으로는 밋밋할 수 있는 인물을, 별명은 영웅이나 악동, 혹은 전설적인 존재로 탈바꿈시킨다.
세 번째는 팬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기능이다. 씨름은 관중과 매우 가까운 스포츠다. 모래판이라는 한정된 공간, 그리고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거리감은 팬들에게 강한 몰입감을 준다. 이때 닉네임은 일종의 ‘애칭’처럼 작용한다. 팬들은 공식 이름보다 닉네임을 부르며 선수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간다. 이는 자연스럽게 팬덤 형성과 인기 확장으로 이어진다. (본 코너 1755회 ‘왜 ‘모래판’이라 말할까‘ 참조)
마지막으로, 미디어 환경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방송과 인터넷, 특히 짧은 콘텐츠가 중심이 된 시대에는 기억하기 쉽고 인상적인 표현이 중요하다. 긴 설명 대신, 한 단어의 닉네임이 훨씬 빠르게 퍼지고 소비된다. 씨름이 다시 대중적 관심을 얻는 과정에서도, 개성 강한 별명들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누가 이겼는지’보다 ‘어떤 캐릭터가 등장했는지’를 기억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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