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극'의 씨앗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단행된 불펜 개편에서 이미 뿌려졌다. 한화 프런트는 FA 시장과 보상선수 보호 명단 작성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150km 중반대의 강속구를 뿌리는 우완 한승혁을 25인 보호명단에서 제외하며 KT 위즈로 사실상 헌납했고, 팀 내 귀한 좌완 파이어볼러였던 김범수마저 지지부진한 협상 끝에 KIA 타이거즈에 내줬다.
필승조의 두 축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자리는 고스란히 박상원의 몫으로 돌아왔다. 구단은 전체 1순위 신인 정우주가 그 빈자리를 메워주길 기대했으나, 정우주 역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부진에 빠졌다. 여기에 최후의 보루여야 할 마무리 김서현마저 극심한 제구 난조를 보이며 신뢰를 잃었다. 믿었던 마무리까지 흔들리자 벤치는 다시 박상원에게 '중책'이라는 이름의 과부하를 던졌고, 이는 결국 ERA 13.50이라는 참사로 이어졌다.
결국 박상원의 성적표는 투수 한 명의 부진이 아닌, 한화 프런트의 전략적 실패를 증명하는 지표다. 믿을 만한 자원들을 제 손으로 내보내고, 마무리부터 신인까지 불펜 전체가 붕괴된 상황에서 특정 선수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순 없다.
사실 한화가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것은 폰세와 와이스의 형용할 수 없는 맹활약 덕분이지만, 한승혁과 김범수의 조연도 큰 몫을 차지했다. 선발 투수가 제아무리 잘 던져도 불펜진이 이를 도와주지 않으면 허사다. 그런 주역들이 빠졌으니 불펜진이 무너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모든 하중을 짊어진 박상원은 13경기 중 벌써 7경기에 등판했다. 이러다가는 그마저 후반기에 방전될 수 있다. 한화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 코치가 시즌 초반부터 드러난 불펜진 붕괴 사태를 어떻게 타개할지 주목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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