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 감독이 부임 후 보여준 '믿음의 야구'가 노시환의 부진 앞에서 결국 냉혹한 '원칙의 야구'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감독이 노시환에게 번트를 지시한 것은 단순한 작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현재 노시환의 타격 컨디션이 안타를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는 감독의 공개적인 진단이다. 4번 타자에게 번트 사인을 내는 것은 선수 개인의 자존심을 깎는 일이 될 수 있지만, 팀 승리를 위해 이름값에 기대지 않겠다는 김 감독 특유의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노시환의 침묵은 기록으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개막 후 12경기 타율이 1할대 중반까지 추락했다. 특히 득점권에서의 삼진 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 홈런포 역시 좀처럼 가동되지 않고 있다. 장타율과 출루율 등 모든 타격 지표가 수직 하락했다. 팀의 득점 생산을 책임져야 할 핵심 타자의 장기 슬럼프는 결국 한화의 상위권 싸움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김 감독의 이러한 조치를 두고 '충격 요법'의 마지막 단계로 보고 있다. 타순 조정을 거쳤음에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번트를 통해 '팀을 위해 헌신하며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강한 압박을 가한 것이다. 이는 노시환 개인의 각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팀 전체에 '성역은 없다'는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시환에게는 지금이 데뷔 이후 가장 큰 위기이자 시험대다. 감독의 신뢰가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스스로 이 지독한 슬럼프를 깨지 못한다면 결국 선발 제외나 엔트리 말소라는 더 큰 결단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 번트 자세를 취해야 했던 거포의 자존심이 다시 방망이를 휘두르는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김경문 감독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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