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퇴직 공무원 모임인 문화회를 위해 3억원을 협찬한 이우석(오른쪽에서 두 번째) 동아수출공사 회장이 '제2회 우석 동행 문화상' 수상자에게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김기홍 문화회 회장. [문화회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26063655016075e8e9410871751248331.jpg&nmt=19)
행사장은 화려한 장식이나 요란한 연출은 없었지만, 그 자리를 채운 공기는 묵직했다. 함께 일했던 시간, 함께 고민했던 정책, 함께 나눴던 사연들이 보이지 않는 울림으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를 역임한 김기홍 문화회 회장은 “동행은 단순히 나란히 걷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책임을 나누는 일”이라며 “앞으로 2년 동안 K-컬처 멘토링 사업을 체계화하고, 여성 회원 참여를 확대하며, 문화회의 전통을 더욱 단단히 다져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는 정책을 다뤄온 공직자의 단정함과 동료를 향한 진심이 함께 배어 있었다.
본격적인 시상에 앞서 문화회를 위해 헌신해온 회원들에 대한 공로상과 감사패 전달이 이어졌다. 박수는 요란하지 않았지만 길고 깊었다.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동료를 향한 존중이 박수의 결을 만들고 있었다. 수상자들은 짧게 고개를 숙이며 화답했고, 객석에서는 미소와 눈빛으로 응원이 건네졌다.
![이우석 동아수출공사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화회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2606403205290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이어진 하이라이트는 ‘우석 동행 문화상’ 시상이었다. 이 상은 문화회 특별회원인 동아수출공사 이우석 회장의 협찬금 3억원으로 조성된 기금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은 한국 영화 수출의 개척자이자 대표 영화제작자로 꼽힌다. 1961년 이탈리아 영화 '물망초'를 수입한 것을 계기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1967년 동아수출공사를 세운 뒤 2011년까지 총 85편의 작품을 제작했다. '만추'(1981), '깊고 푸른 밤'(1985), '겨울나그네'(1986), '천국의 계단'(1992),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퍼펙트게임'(2011)까지. 동아수출공사에서 그의 손을 거쳐 제작된 영화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는 작품이 많다.
그는 홍콩 영화제작사인 골든하베스트와 함께 이소룡의 유작 '사망유희'를 완성했고, 무명이었던 배우 청룽이 홍콩 스타를 넘어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하도록 견인했다. 영화관 운영에도 수완을 발휘해 1985년 서울 강남권 최초 극장인 동아극장을 개관했다. 서울 장충극장, 반포 센터럴6 시네마 등이 그가 운영했던 곳이다.
‘우석 동행 문화상’은 이름처럼 ‘동행’의 가치를 실천해온 이들을 기리고, 공동체의 기억 속에 오래 남기기 위한 뜻이 담겼다. 지난해 첫 시상에 이어 두 번째를 맞은 올해 행사는 한층 차분하고 깊어졌다.
이우석 회장은 기념사에서 "저는 여러분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사람의 온기와 공동체의 힘을 배울 수 있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함께 걸어온 길은 제 삶의 큰 축복"이라며 "그 감사의 마음이 씨앗이 되어 '우석 동행 문화상'으로 이어졌고, 이렇게 제2회 시상식까지 함께 하게 된 오늘이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 앞으로 이 상이 따뜻한 연대의 상징으로 남아 우리 문화회의 전통과 품격을 더욱 빛내는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올해 수상자는 박서영 문화체육관광부 회원과 고(故) 채지윤 문화체육관광부 회원, 고(故) 정태은 국가유산청 회원이었다. 생존 수상자가 단상에 오르자 따뜻한 축하의 박수가 이어졌고, 고인을 대신해 유가족이 자리하자 장내는 잠시 숙연해졌다.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객석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보였다. 함께 밤을 지새우며 사업을 준비했던 기억, 현장을 뛰어다니며 문화 정책을 다듬었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듯했다.
상패에는 ‘묵묵한 헌신과 품격을 기억한다’는 문장이 담겼다. 거창한 수식 대신, 함께 일했던 이들이 가장 잘 아는 표현이었다. 작은 일에도 마음을 다하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조직을 떠받쳤던 동료들에 대한 존경이 그 문장에 스며 있었다. 특히 고인을 기리는 순서에서는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떠난 이의 빈자리는 여전히 컸지만, 그가 남긴 정신과 태도는 공동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문화행정은 대중의 박수를 받는 일보다, 조용히 제도를 만들고 현장을 뒷받침하는 시간이 더 많다. 이날 모인 이들은 그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정책 문구 하나를 두고 밤늦도록 토론하고, 예산 한 줄을 지키기 위해 설득을 이어가던 기억이 이들의 공통된 자산이다. 그래서 ‘동행’이라는 단어는 이들에게 추상적인 언어가 아니라, 삶의 방식에 가까웠다.
김기홍 회장은 마무리 인사에서 “우리가 서로를 기억하는 한, 우리의 동행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이날 시상식은 단지 상을 수여하는 절차를 넘어, 한 시대 문화행정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의식에 가까웠다. 수상자 개인의 영예를 기리는 동시에, 공동체가 스스로의 역사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을 떠났지만, 문화라는 공통의 언어는 여전히 이들을 연결하고 있었다. 이어 오찬장으로 자리를 옮긴 회원들 사이에서는 근황과 안부, 옛 추억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세월은 흘렀지만, 함께 걸어온 길은 지워지지 않았다.
우면당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우석 동행 문화상’은 그렇게 또 하나의 기억을 문화회의 역사에 새겼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한, 조용하지만 오래가는 연대의 약속. 기억이 이어지는 한, 동행 역시 멈추지 않을 것임을 이날 모인 이들은 서로의 눈빛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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