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골프대회 행사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1204585901673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이 말은 공을 올려놓는 자리인 ‘tee’와 한 번의 타격을 뜻하는 ‘shot’라는 두 단어가 결합됐다. tee라는 단어는 골프 초기 스코틀랜드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1744년 골프의 첫 번째 규칙에 ’당신의 티는 그라운드에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골프역사학자들은 당시 모래를 이용해 한 클럽 길이 내에서 티를 만들고 경기를 했다고 한다. 이후 2클럽에서 4 클럽 길이까지 티박스 지역은 확대됐다. (본 코너 36회 ’왜 ‘티(Tee)'라고 말할까’ 참조)
shot은 고대 영어 ‘sceot’에서 온 말로 ‘쏘다, 발사하다, 던지다’라는 뜻을 갖는다. 활을 쏘거나 총을 발사하는 행위에서 출발해, 스포츠에서는 '타격'이나 '한 번의 시도'를 뜻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선 1910년대 초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통해 골프가 들어오면서 티, 티잉그라운드 같은 음역 표현을 극소수 상류층에서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960~70년대에 한국 프로골프가 태동하고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골프 전문 잡지와 중계 기사에서 티샷이라는 표현이 점차 정착했다. 이 시기에는 이미 영어 용어를 그대로 음차하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매일경제신문 1969년 4월29일자 ‘골프란무엇인가 (3)’ 기사에 티샷을 무제한 거리를 날리는 야구 홈런에 비유했다.
북한 골프에선 티샷을 ‘첫치기’라고 부른다. 한 홀에서 맨 처음 치는 행위라는 뜻이다. 경기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강조한 셈이다. 이 말에는 북한 특유의 언어 정책이 오롯이 담겨 있다.
북한은 해방 이후 외래어를 줄이고 순우리말을 다듬는 작업을 국가적 과제로 삼았다. 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다. 앞전 배구 용어에서 살펴보았듯이 로테이션은 ‘자리돌림’, 리베로는 ‘자유방어수’, 서브는 ‘넣기’라고 말한다. 이는 기능과 순서를 풀어 설명하는 방식이다. 낯선 음차 대신 뜻이 드러나는 조어를 택함으로써 언어의 자립성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본 코너 1680회 ‘북한 배구에서 왜 '리베로'를 '자유방어수'라고 말할까’, 1681회 ‘북한 배구에서 왜 '서브'를 '넣기'라고 말할까’, 1688회 ‘북한 배구에서 왜 '로테이션'을 '자리돌림'이라 말할까’ 참조)
첫치기는 그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골프라는 종목 자체가 서구에서 건너왔지만, 그 안의 용어만큼은 우리식으로 다듬었다. 영어의 소리를 빌려오는 대신 행위의 본질을 우리말로 재구성했다. 언어는 사고의 틀이라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 문화적 해석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본 코너 125회 ‘북한에선 ‘그린’을 ‘정착지’라고 말한다구?‘ 참조)
흥미로운 점은 남과 북이 같은 스포츠를 공유하면서도 언어를 통해 서로 다른 풍경을 그려낸다는 사실이다. 남쪽의 티샷은 글로벌 스포츠 문화와의 접속을 상징한다. 반면 북쪽의 첫치기는 자립과 순화의 상징이다.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 언어가 지향하는 가치가 다를 뿐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