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0(화)

야구

'밥상 차리는 조연'은 옛말... 김도영·안현민이 열어야 할 '공포의 1·2번' 시대

2026-02-10 08:56

김도영(왼쪽)과 안현민
김도영(왼쪽)과 안현민
과거 야구에서 1번과 2번 타자는 전형적인 ‘조연’이었다. 발이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루상에 나가고, 뒤이어 등장하는 중심 타자들이 이들을 불러들이는 것이 오랜 공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메이저리그 야구 풍경은 180도 달라졌다. 이제 상위 타선은 더 이상 밥상만 차리는 곳이 아니다. 팀 내에서 가장 정교하고, 가장 힘 있는 타자들이 1번과 2번에 전진 배치되며 스스로 승부를 결정짓는 '주연'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팀은 LA 다저스다.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와 무키 베츠라는 리그 최정상급 타자들을 1번과 2번에 전격 배치하며 야구계에 충격을 안겼다. 과거라면 3번이나 4번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거포들이 1, 2번에 포진하면서, 상대 투수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가장 위력적인 타자들과 승부해야 하는 극도의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다저스의 사례는 '가장 잘 치는 타자가 가장 많이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는 현대 세이버메트릭스의 핵심 이론을 극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국내 KBO리그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예를 들어, KIA 타이거즈의 김도영은 현대 야구가 리드오프에게 요구하는 모든 덕목을 갖춘 타자로 평가받는다. 3할 이상의 높은 타율은 기본이며, 역대급 장타력과 40-40 클럽을 넘보는 압도적인 주루 능력까지 겸비했다. 김도영의 존재는 1번 타자가 단순히 출루를 목적으로 한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렸으며, 다저스의 상위 타선이 보여준 파괴력을 한국 무대에서도 재현하고 있다.

kt 위즈의 안현민 역시 '강한 2번'의 전형을 보여주며 리그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특히 2025년 시즌을 기점으로 안현민의 가치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그는 높은 출루율로 1번 타자와의 시너지를 내면서도, 득점권 상황에서는 중심 타선 못지않은 해결사 본능을 발휘한다. 국가대표팀에서도 2번 타자로 중용되며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린 안현민의 활약은, 2번 타순이 번트나 진루타를 위한 희생의 자리가 아니라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화력의 요충지임을 각인시켰다.

통계학적으로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가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오는 것이 팀 득점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저스처럼 뒤를 받치는 프레디 프리먼 같은 3~5번 타선이 강할수록 이 전략의 위력은 배가된다. 하지만 중심 타선이 다소 약하더라도, 김도영이나 안현민 같은 타자가 출루하여 직접 해결하거나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놓는 것만으로도 경기 전체의 흐름을 지배할 수 있다.

정교함과 파워, 그리고 기동력을 모두 갖춘 '완성형 타자'들이 1, 2번에 배치되면서 메이저리그 야구는 더욱 공격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로 진화하고 있다. 2026 KBO리그는 어떤 모습일까?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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