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중은 명실상부한 롯데 구단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구단 최초 통산 100세이브를 돌파했고, 매 시즌 20~30세이브를 꾸준히 적립하며 자이언츠의 클로저 잔혹사를 끝낸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 그가 보여준 투구 내용은 이른바 '극장 야구'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고착화시켰다. 9회초 주자를 루상에 내보낸 뒤 어렵게 경기를 마무리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김원중이 올라오면 청심환부터 찾게 된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 시즌 노출된 제구 불안과 9이닝당 높은 볼넷 허용률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마무리 투수의 가장 큰 덕목은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자를 내보내지 않고 경기를 깔끔하게 매듭짓는 안정감에 있다. 볼넷으로 주자를 쌓아두는 투구는 수비진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에너지 소모를 극대화한다.
올해 김원중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다. 4년 최대 54억 원이라는 대형 FA 계약을 맺은 지 두 번째 해를 맞이하며, 몸값에 걸맞은 확실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존재한다. 또한 비시즌 기간 겪었던 교통사고 여파를 완전히 털어냈음을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다행히 어깨나 팔꿈치 등 투구 부위의 부상은 피했지만, 늑골 미세 골절로 인해 스프링캠프 합류가 늦어진 만큼 시즌 초반 컨디션 조절이 올 한 해 농사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서는 뒷문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김태형 감독 체제 아래서 롯데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9회에 등판하는 김원중이 '버티는 투구'가 아닌 '지배하는 투구'를 보여줘야 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아슬아슬한 승부 끝에 얻어내는 세이브가 아니라,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우는 삼자범퇴의 통쾌함이다.
2026년, 김원중이 '원중 누나'라는 친근한 별명을 넘어 상대 팀에게는 공포를, 롯데 팬들에게는 절대적인 신뢰를 주는 '철벽 마무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제는 더 이상 관객을 긴장시키는 '극장 야구'가 아닌, 승리의 확신을 주는 '엔딩 크레디트'를 써 내려가야 할 시점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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