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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63] 북한 농구에선 왜 ‘4점슛’을 적용할까

2026-01-13 05:31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친선농구 경기 모습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친선농구 경기 모습
북한은 스포츠에서 국제 표준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우리식’을 강조해왔다. 농구에서도 1997년부터 도입된 자주적인 농구 규칙에 따라 북한만의 독특한 방식을 적용한다. ‘8점슛’과 함께 ‘4점슛’이 대표적인 예이다. (본 코너 1662회 ‘북한 농구에선 왜 ‘8점슛‘을 적용할까’ 참조)

4점슛은 3점슛이 링이나 백보드를 맞지 않고 들어가거나 6.25m보다 먼 6.70m에서 슛을 성공할 때 얻는다. (본 코너 387회 ‘3점슛(Three Point Field Goal)은 어떻게 채택된 것일까’ 참조)

북한 농구 코트에는 보통 국제 규격 3점 라인 외에 4점슛 인정 기준을 암시하는 표시가 추가된다. 다만 이 표식은 국제 규격처럼 통일돼 있지 않고, 대회·시기별로 반원, 점선 또는 하프라인 기준 구역 등으로 다르게 운영된다. 판정은 선 접촉 여부보다 위치 개념이 중요하다,

4점슛은 주력 공격 수단이라기보다 경기 막판 추격·역전용 카드로 사용된다. 북한 농구 중계에서는 “한 번에 점수 차를 줄일 수 있는 결정적 공격”으로 강조한다. 4점슛은 모든 선수가 자유롭게 시도하기보다는 감독이 지정한 소수 선수에게만 허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술 선택이면서 동시에 ‘신임받은 선수’라는 상징성을 부여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4점슛은 경기의 선전 효과를 극대화한다. 점수판 숫자가 한 번에 크게 바뀌고, 관중의 환호와 기사 제목은 더 극적으로 꾸며진다. 북한에서 스포츠는 승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주민의 감정을 끌어올리고, 체제의 활력을 연출하는 무대다. 4점슛은 이 연출을 위한 훌륭한 장치다.

흥미로운 점은 4점슛이 집단주의 체제와 미묘한 긴장을 이룬다는 사실이다. 표면적으로 북한 스포츠는 팀워크와 조직력을 강조하지만, 4점슛은 단 한 번의 성공으로 경기 흐름을 뒤집는 ‘결정적 개인’을 만들어낸다. 이 장면은 북한 선전에서 익숙한 서사와 닮아 있다. 집단이 위대하되, 역사는 늘 ‘결정적 순간에 나선 영웅’에 의해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4점슛은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사상적 메시지로 작용한다. 성공 확률이 낮은 대신 보상이 큰 이 슛은 대담성과 용기를 미덕으로 환산한다. 안전한 선택보다 과감한 도전을 택하라는 가치 판단이 점수표에 새겨진 셈이다. 체육 규칙이 곧 교육 수단이 되는 북한식 사고가 여기서도 드러난다.

또 다른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독자 규칙은 비교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우리가 약한 것이 아니라,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규칙의 차이는 결과의 차이를 정당화하는 방패가 되는 것이다. 결국 북한 농구의 4점슛은 전술 혁신이 아니라 세계관의 반영이다. 룰을 바꾸는 것은 게임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가치로 삼는지를 선언하는 일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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