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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59] 북한은 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을 스포츠 사상 최대 업적으로 내세울까

2025-09-29 07:28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북한-이탈리아전에서 양 팀 선수들이 한데 엉켜 공중볼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맨 오른쪽은 북한 골키퍼 이찬명. 북한은 박두익의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북한-이탈리아전에서 양 팀 선수들이 한데 엉켜 공중볼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맨 오른쪽은 북한 골키퍼 이찬명. 북한은 박두익의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한일월드컵 어게인 1966'은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대한민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한 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이긴 역사적 사건을 기념해 팬들이 만든 응원 구호이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대한민국이 이탈리아를 2-1로 꺾고 8강에 진출하자, 관중들은 'AGAIN 1966'을 외치며 그 영광을 재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어게인 1966'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아시아 축구의 저력과 국민적 자긍심을 상징하는 대표적 응원 구호로 자리잡았다.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의 8강 진출을 단순한 스포츠 성과가 아니라 체제 선전의 상징으로 적극적으로 미화해 왔다. 당시 북한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 첫 출전했음에도 조별리그에서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8강에 오르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북한은 소련에 0-3으로 패했으나, 칠레와 1-1 무승부, 이탈리아를 1-0으로 이기며 2승 1패로 8강에 올랐다.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3-5로 아쉽게 패했으나, 에우제비우가 활약한 포르투갈을 상대로 3골을 넣는 등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당시만해도 남한은 북한에 경제력에서 뒤지는등 국력에서 상당히 열세에 있었다. 축구에서도 북한이 아시아 대표로 월드컵 본선에 올랐지만, 남한은 본선 진출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북한은 잉글랜드 월드컵 8강을 ‘영광의 신화’로 부른다. 북한은 월드컵 8강을 여러 방법 등으로 미화하고 담론으로 활용했다. 북한 매체는 김일성의 영도와 주체사상의 힘으로 해석했다. 당시 '로동신문' 체육 관련 논설에서 “위대한 수령님의 현명한 지도 아래 이룩한 주체적 축구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기량이나 전술보다 사상무장, 집단주의, 당에 대한 충성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선전했다.

특히 이탈리아를 꺾은 것을 서방 강대국에 대한 정치적 승리로 포장했다. 북한 매체는 이를 “미제와 추종세력의 기를 꺾은 조선 인민의 투쟁 정신”으로 해석하며, 월드컵 경기를 반제·반서방 선전의 사례로 활용했다. 특히 “제국주의 축구의 아성을 무너뜨린 영웅들”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당시 주전 선수로 이탈리아전 결승골을 터뜨린 박두익과 리창명, 장성국 등은 ‘공화국의 체육영웅’ 칭호를 받았다. 1966년 귀국 후 선수단은 김일성을 접견했고, 김일성은 “당의 품에서 길러낸 청년들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치하를 남겼다.

1970~80년대에는 영화 ‘이탈리아를 꺾은 축구선수들’, 다큐멘터리, 아동용 책 등을 제작해 후세 교육에 활용했다. 학교 체육 교재와 어린이 잡지에서도 1966년 8강 신화를 ‘사회주의 애국심의 교본으로 소개했다. 김정은 시대에도 조선중앙TV·로동신문은 1966년을 ‘조선 축구의 불멸의 전통’으로 자주 언급합니다. 국제대회에서 북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때마다 ‘영광의 1966년을 계승’이라는 구호를 사용하며 체제 결속의 상징으로 삼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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