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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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479] 럭비 선수들이 ‘칼라 셔츠’를 입는 이유

2025-07-07 08:09

 '하카' 세리머니로 유명한 뉴질랜드 럭비 대표팀
'하카' 세리머니로 유명한 뉴질랜드 럭비 대표팀
1995년 럭비 월드컵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인빅터스’에서 ‘스프링복스(Springboks·영양)’라는 별칭을 가진 남아공 선수들이 녹색 상의에 노란색 깃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마치 푸른 초원에서 노란 색깔의 영양떼들이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남아공과 함께 세계 럭비를 대표하는 뉴질랜드 대표팀은 깃이 달린 상의와 하의에 양말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해 ‘올 블랙스(All Blacks)’라 불리는데, 경기를 앞두고 ‘하카(haka)’라는 특별한 세리머니를 한다. 발을 쿵쿵 구르면서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거나 혀를 내밀고 팔꿈치를 치면서 주문을 외치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호전적 댄스이다. (본 코너 1475회 ‘각국 럭비 대표팀은 왜 별명을 가질까’ 참조)

럭비 선수들은 다른 종목과 달리 ‘칼라 셔츠’라 불리는 깃달린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는게 특징이다. 칼라 셔츠는 영어로 ‘collar shirt’라고 쓴다. 목이 달린 옷이라는 뜻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collar’는 목이라는 뜻인 라틴어 ‘collum’이 어원이다. 여기에 ‘-are’ 접미사가 붙어 라틴어 ‘collare’는 ‘목에 착용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 말이 고대 프랑스어와 중세 영어를 거쳐 지금의 ‘collar’이 됐다.

‘shirt’는 짧게 자른 옷을 뜻하는 원시 게르만어 ‘’skurtijo’가 어원이다. 고대 남성들이 입던 무릎 위 길이의 속옷 혹은 상의에서 유래했는데, ‘shirt’와 ‘skirt’는 어원이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말이다. ‘shirt’는 상반신에 입는 짧은 옷, ‘skirt’는 하반신에 입는 짧은 옷을 의미한다. 모두 ‘‘짧다(cut short)’는 개념에서 출발했으며, 영어가 북유럽 언어(노르만어, 스칸디나비아어 등)와 섞이는 과정에서 분화됐다.


럭비 선수들이 칼라 셔츠를 입는 이유는 럭비의 역사와 전통에서 비롯됐다. 럭비는 19세기 영국 퍼블릭 스쿨인 ‘럭비 스쿨’에서 시작된 스포츠이다. 당시 학생들이 입던 셔츠 스타일의 유니폼은 면(cotton) 소재의 긴팔에 깃이 달린 셔츠였다. 이 전통이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본 코너 1471회 ‘왜 ‘럭비’라고 말할까‘ 참조)

당시 교복 같은 셔츠를 운동할 때 그대로 입었고, 이 복장이 곧 럭비 유니폼의 원형이 됐다. 럭비는 몸싸움이 많은 종목이라 유니폼이 쉽게 찢기거나 잡히기 쉽다. 질긴 면 소재와 강한 봉제법, 그리고 깃이 있는 셔츠 형태가 채택됐다. 칼라는 목 부분의 마찰이나 긁힘을 줄이는 보호 역할도 한다.

럭비 칼라 셔츠는 단지 복장의 일부가 아니라, 럭비의 전통성과 품위, ‘젠틀맨의 스포츠’라는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요소로 여겨진다. (본 코너 1476회 ‘왜 럭비는 ‘상류층 스포츠’, 축구는 ‘하류층 스포츠’로 나눌까‘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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