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8(화)

골프

화려한 이보미의 진지한 속마음 “천천히 내려가기, 그게 내 목표”

2017-08-23 18:34

이보미가인터뷰도중크게웃음을터뜨리고있다.정선=김상민기자
이보미가인터뷰도중크게웃음을터뜨리고있다.정선=김상민기자
[정선=마니아리포트 김상민 기자] 이보미(29, 노부타그룹)는 올 시즌 ‘태어나서 처음’ 제대로 된 슬럼프를 만났다고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국내 대회를 앞둔 그의 표정은 ‘스마일 캔디’라는 별명 그대로 밝고 화사했다.

이보미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상금왕과 MVP를 차지했다. 미모와 매너까지 갖춰 일본 내에서 최고의 여자 스포츠 스타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올 시즌을 시작했지만, 올 시즌 중반까지 성적이 뒷걸음질 쳤다. 올해는 이대로 무너지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이보미는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부활을 알렸다. 지난 20일 끝난 일본 투어 캣 레이디스에서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이보미는 24일부터 강원도 정선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 참가한다. 개막 전날인 23일 이보미를 만났다. 이날 오전부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이보미는 “어차피 연습도 못 하는데 이야기나 더 하죠 뭐”라고 웃으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마주하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에너지가 넘쳤다.

-올 시즌이 프로 데뷔 이후 가장 큰 슬럼프 아니었나.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한국에서 뛸 때도 이 정도로 힘든 적은 없었고, 꾸준한 게 내 매력이었는데. 지원 팀, 캐디 등 주변 분들이 ‘어려운 시기 이겨내면 더 성장할 수 있으니 좋은 기회로 받아들이고 포기하지 말자’고 해 주셨다.”

-너무 힘들어서 운 적도 있다는 일본 기사를 봤는데.
“하하, 그런 일이 있긴 했다. 5월 리조트 트러스트 오픈 때 첫날 2오버파를 쳤다. 내가 생각한 플레이가 하나도 안 됐다. 시간을 갖고 연습을 하고 싶은데, 매주 대회가 있으니까 쉬면서 연습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지원 팀 사람들은 ‘그건 도망가는 거다. 코스에서 부딪혀라’고 하더라. 나는 위로 받고 싶고, 이해 받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나를 위해 한 말인데 당시엔 왜 내 마음 몰라주나 서러웠다. 그때 많이 울었다.”

-체력 훈련으로 슬럼프 탈출 노력을 했다고 하던데.
“많이 다운돼 있으니까 스스로 잘 헤쳐 나가려면 힘을 키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이도 있어서 힘이 달린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열심히 했다. 예전에는 월요일에는 그냥 운동 하지 않고 쉬었다. 밸런스 운동에 더 치중했었는데 지금은 월요일마다 웨이트를 1시간 이상 반드시 한다. 골프 선수들이 근육이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간혹 그런 생각도 한다. ‘갤러리 분들이 나를 보면 운동 선수 같다는 생각을 할까?’ 여자 선수들에 비해 PGA 선수들은 체격도 좋고 근육도 많고 하지 않나. 패션에 신경 쓰고 예쁘게 꾸미는 것 보다 근육이 탄탄하고 진짜 운동 선수처럼 보이는 게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인터뷰후사진촬영을하는이보미.정선=김상민기자
인터뷰후사진촬영을하는이보미.정선=김상민기자

-우승하기 전에 분위기를 바꾸는 어떤 모멘텀 같은 게 있었나.
“지난 주 우승하기 한 주 전 대회부터 갑자기 샷 감이 좋아졌다. 운도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올 초 샷이 너무 안 되니까 퍼팅이 조금만 안 돼도 엄청 예민해 지더라. 그러니까 집중도 안 되고 흐름 자체가 나빠졌다. 그런데 샷이 살아나니까 모든 게 심플해 졌다.”

-팬이나 동료들이 힘들 때 응원하는 말을 해줬나. 기억 나는 응원이 있는지.
“한 팬이 해 주신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올 초 빨리 우승하고 싶은 마음에 초조해 하자 ‘당신이 우승컵을 들고 있는 걸 보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코스에서 고민하고, 힘들어 하고, 그런 감정들을 공유하는 게 팬으로서 좋다. 스스로를 너무 압박하지 말아 달라’고 하셨다. 하라 에리나(JLPGA투어 프로) 언니도 너무 큰 힘이 됐다. 힘들어 할 때 ‘너는 지금도 충분하다. 잘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 줬다.”

-일본투어에서 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30승이다. 지난주 우승으로 현재까지 21승째인데, 30승을 채워서 영구시드를 받고 싶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꿈도 밝힌 적이 있다.
“지금 나의 주 무대인 일본에서 하는 대회이기도 하고, 꼭 뛰고 싶은 대회다. 솔직히 말 하면 지금 나는 ‘더 올라가자’ 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유지하면서 더 천천히 내려갈까’가 제일 큰 고민이다. 하지만 선수로서 큰 목표가 없다면 동기부여도 어렵고, 힘들 때 극복할 힘도 안 생긴다. 도쿄올림픽 출전이 나에겐 또 다른 큰 목표다.”

-내년 평창올림픽의 홍보 대사를 맡았다. 경기도 보러 갈 생각인가.
“당연하죠. 원래 2월에 동계 훈련을 가는데, 내년은 올림픽 때문에 1월에 미리 다녀와서 올림픽도 보러 가고, 응원도 할 계획이다. 티켓 값이나 숙박비가 비싸다는 말이 있어서 걱정이다(웃음). 동계 종목 선수들 중에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이런 선수들은 나이도 나랑 비슷해서 평소 뉴스에 나오면 더 관심을 갖고 본다. 쇼트트랙의 심석희 선수도 좋아한다. 내가 고향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홍보대사가 된다는 건 정말이지 평생에 딱 한 번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정말 큰 영광이다.”

-지난 21일이 만 29세 생일이었다. 이제 결혼 질문을 안 할 수 없는 나이인데.
“한국 나이로 서른이다. 결혼이 너무 하고 싶다. 그런데 어렵더라(웃음). 결혼이란 게 타이밍이 있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 초조하기도 하고. 그런데 누구든 일단 만나야 하는데 계속 일본에만 있고, 한국에 잠깐 와도 연습하고 운동하고 스케줄 있고 하니 만나기가 어렵다. 일본 남자를 만나기에는 아무래도 문화가 달라서 좀 힘들지 않을까.”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나. 외모도 중요한지.
“외모도 당연히 중요하죠. 하하(이 대답 직후 농담이라고 정정함). 외모 보다도 책임감 있는 사람이 최우선이다. 내 마음 잘 이해해 주시는 분, 코드가 잘 맞는 분. (결혼 후에도 선수 생활을 할 지 묻자) 어떤 분을 만나는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나의 투어 생활을 지지해 주는 분일지 아닐지에 따라. 아, 그런 고민 좀 해 봤으면 좋겠네요.”

손하트를그려보이는이보미.정선=김상민기자
손하트를그려보이는이보미.정선=김상민기자

-주변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 사람을 보고 자극을 받았는지.
“그런 건 아닌데, 희경 언니(서희경)가 결혼해서 아들 둘 낳고 잘 사는 모습을 보고 부러웠다. 언니가 잘 할 때 투어생활을 접는 걸 보면서 사실 안타까웠는데, 늘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사랑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하고 느꼈다. 일본 투어에서 남편과 함께 생활하며 뛰고 있는 선주 언니(안선주)도 늘 힘이 된다. 나와 힘든 이야기도 함께 공유하곤 한다. 우리는 그냥 ‘이보미’ ‘안선주’ 인데, 사람들은 골프 선수 하면 무조건 성적만 이야기하고 조금만 떨어지면 손가락질 하니까 그런 게 힘들다고.”

-올 시즌 남은 목표가 있다면.
“솔직히 올해 우승 못 하는 줄 알았다. 그 정도로 힘들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우승을 했고, 벌써 시즌 절반이 지났다. 하반기에 메이저 대회도 있고, 스폰서사 대회도 있다. 일단 다치지 않고 올해 1승만 더 했으면 좋겠다. 여러 분들에게 한 번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smfoto@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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