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년 만에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윤정호(26, 파인테크닉스)가 하반기 돌풍을 예고했다.
'아, 윤슬아 동생~'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달았던 윤정호는 ‘유망주’라는 수식어와 함께 2011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하지만 데뷔와 함께 윤정호는 ‘윤슬아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이는 윤정호보다 앞서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데뷔한 친 누나 윤슬아(31, 파인테크닉스)가 2011년 KLPGA 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정호의 첫 승은 터질 듯 터지지 않았다. 윤정호는 데뷔 첫 해 15개 대회에 출전해 스바루 클래식에서 공동 9위, KPGA 챔피언십 준우승, NH농협 오픈에서 8위 등 톱10에 3차례 이름을 올렸다. 컷 탈락은 2회에 그치며 준수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2년 차에 들어 출전 대회 중 최고 성적은 공동 15위에 불과했고, 컷 탈락 횟수 역시 늘어났다. 3년 차에 접어 들어 톱10에 다시 2차례 진입하긴 했으나 공동 9위, 공동 8위로 우승 경쟁과는 거리가 있었다.
윤정호가 주춤하는 사이 누나 윤슬아는 첫 승의 기세를 몰아 이듬해 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고, 사람들의 뇌리에 윤정호는 ‘윤슬아 동생’으로 각인됐다.
당시를 회상한 윤정호는 “주변에서 기대감이 높았다. 게다가 누나가 첫 승 이후 다음 해에 메이저 대회 우승까지 해, 돌이켜 보면 약간 기에 눌린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이어 “사실 따지고 보면 데뷔 3년까지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다. 항상 중상위권을 지켰는데, 정말 주위에서 내게 거는 기대가 컸나 보다”라며 웃었다.

데뷔 후 3년 간 우승컵을 품에 안지 못했던 윤정호는 결국 군입대를 결심했다. 윤정호는 “사실 성적이 안 나와 군대로 도망간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 이어 “단지 남은 선수 생활에 있어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남자라면 다 그렇듯 윤정호 역시 군에 얽힌 사연도 많다. 맨 처음 절친한 프로 한창원과 동반 입대를 꿈꿨던 윤정호는 신체검사 결과 동반 입대가 무산되어 홀로 쓸쓸히 군에 입대했다. 이후 윤정호가 남양주에서 포병으로 군복무 중 문경 세계 군인체육대회로 인해 국군체육부대 상무 골프단이 창설됐다. 이에 윤정호에게 역시 상무로 차출 될 뻔 했으나 군인 체육대회를 1달 앞두고 전역을 해야 해 이마저 무산됐다.
윤정호는 “상무로 차출된다는 소리에 정말 좋아했는데, 체육대회 한 달 전에 전역이 예정되어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좌절했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군복무를 한 달 더 하면 안되겠냐 물었는데, 결국 안 된다고 해 일반 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고 이야기했다.
군복무에 아쉬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반 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탓에 윤정호는 ‘뽀빠이’ 같은 튼튼한 몸을 갖게 됐다. 윤정호는 “아마추어 시절보다 20kg 이상 몸무게가 불었다. 단순히 살만 찐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군복무 시절 선임이 헬스 중독이었는데, 많이 먹이는 만큼 운동도 많이 시켰다”고 하며 “덕분에 지금 이런 몸을 가지게 됐다. 한 번 운동을 시작하니 지금도 끊을 수가 없어 대회 중에도 숙소에 들어가면 아령부터 찾는다”며 웃었다.
예비역 날다
잊을 수 없는 군복무를 마친 윤정호는 2016년 투어에 복귀했다. 일반병으로 근무한 탓에 생긴 오랜 공백에 경기력이 저하 될 법도 했지만 윤정호의 경기력은 녹슬지 않았다. 윤정호는 출전 3번 째 대회에서 공동 9위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탔고 매치플레이에서 8위에 오르며 기세를 유지했다. 이어 2016 시즌이 막을 내리기 바로 직전 드디어 꿈에 그리던 우승포가 터졌다. 윤정호는 DGB 금융그룹 대구 경북오픈에서 데뷔 6년 만에 생애 첫 승을 차지했다.
윤정호는 “가장 큰 건 군복무 해결이었다”고 했다. 이어 “선수생활에 있어 군대로 인한 2년의 공백은 참 크다”고 하며 “하지만 그 2년이 해결됐을 때의 가벼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윤정호는 “이제 정말 골프만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잡생각 없이 골프에만 전념했더니 우승으로 돌아오더라”고 했다.
2승 징크스
첫 승을 기록한 윤정호의 앞 날은 승승장구를 걸을 것 만 같았다. 윤정호 역시 “첫 승을 하면 우승의 감을 잡아 2승, 3승이 줄지어 터져 나올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담이었을 까 생각보다 우승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이번 시즌 카이도 드림 오픈에서 공동 3위에 오른 윤정호는 상반기 마지막 대회였던 카이도 남자오픈에서 공동 8위에 오르며 아쉽게 상반기를 마쳤다.

또한 윤정호는 “2승 징크스라는 말은 없는데, 나는 2승 징크스 인 것 같다. 우승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 같다”고 했다.
윤정호의 하반기 첫 번째 목표는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대구 경북오픈 타이틀 방어다. 윤정호는 “대구에서 첫 승을 하고 나니 ‘대구의 아들’이 됐다. 경상도 지역으로 시합을 가면 많은 갤러리들이 응원을 하러 오신다”고 했다. 이어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대구 경북오픈을 첫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또한 윤정호는 “지난해 1승을 했으니 올해는 경북오픈에 이어 신한동해오픈까지 노려보겠다”고 하며 “휴식기 동안 특별한 여행 없이 연습장에서 샷 교정에 몰두했다. 현재는 샷 감도 많이 올라와 메이저 대회 우승까지도 노려볼 만 하다”고 하며 “부담감을 내려놓고 완벽한 샷으로 후회 없는 하반기를 보내겠다”고 했다. /928889@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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