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사실 삼성의 우승이 대단한 것은 이렇다 할 외부 FA 영입 없이 내부 육성만으로도 선수들을 ‘만들어서’ 이뤄냈다는 점에 있다. 정현욱이 FA로 빠져나간 자리를 심창민 등 젊은 선수들이 대신 채워줬고, 오승환이 일본으로 떠나자 임창용이 돌아와 그 공백을 메우기도 했다. 비록 임창용이 31세이브를 거두는 동안 평균자책점은 5.84에 머물렀지만, 그를 대신하여 안지만 등이 제 몫을 다 하며 불펜을 이끌었다는 점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물론, 밴덴헐크를 중심으로 한 선발 마운드를 비롯하여 짜임새를 갖춘 타선의 힘 역시 삼성의 우승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삼성과 넥센의 PS 후(後), 한국시리즈 결정적 장면 3선은?
이는 과거, 메이저리그의 애틀랜타 브레이스브가 주력 선수들이 빠져나가도 매번 지구 우승을 놓치지 않았던 것에 비유할 수 있었다. 그렉 메덕스, 톰 글래빈, 케빈 밀우드, 제럿 라이트, 게리 셰필드, J.D 드류 등이 나란히 빠져나갈 때만 해도 애틀랜타의 지구 우승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 전력을 재정비함과 동시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준척급 FA들만으로도 지구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바비 콕스’의 애틀랜타는 한동안 내셔널리그 가을잔치의 단골손님이었다. 다만, 애틀랜타가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크게 인연이 없었던 반면, 삼성은 네 차례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최강임을 입증한 바 있다.
이렇게 삼성이 한국시리즈 4연패에 이르게 된 것은 삼성 특유의 ‘우승 DNA’가 빛을 발한 결과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세 번의 장면이 없었다면 시리즈 전체 판도는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었다. 오히려 이러한 변수가 없었다면, 넥센이 5차전에서 승부를 마감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되돌아 봐야 할 경기는 한국시리즈 3차전이었다. 당시 1승 1패로 팽팽히 맞선 양 팀은 목동 구장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쳐야 했다. 그리고 당시 3차전은 ‘목동구장이기 때문에 타격전이 펼쳐질 수 있다.’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게 할 만큼 치열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그 사이, 넥센이 로티노의 솔로 홈런을 앞세워 1-0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점수는 8회까지 이어졌다. 그대로 필승조를 가동할 경우, 넥센이 경기를 잡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8회 초 투 아웃 1루 상황에서 이승엽이 친 평범한 플라이 타구를 서건창-이택근이 놓치면서 경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1루 주자는 홈을 밟았고, 경기는 막판에 동점이 됐다. 기록은 안타였지만, 콜 플레이만 제대로 되었어도 충분히 아웃될 수 있는 타구였다. 그리고 이 장면은 9회 초, 박한이의 결승 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사실상 시리즈 전체의 흐름은 여기에서 결정난 셈이었다.
두 번째 결정적인 장면은 5차전에서 나타났다. 이번에도 넥센은 서건창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며 1-0 리드를 잡았고, 이 스코어는 9회 말 1사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나바로가 친 유격수 앞 평범한 땅볼을 강정호가 놓치면서 또 다시 경기 흐름이 바뀔 조짐을 보였다. 후속 박한이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주자는 그대로 1루를 지켜야 했지만, 뒤이어 등장한 채태인의 우전 안타에 이어 최형우가 경기를 끝내는 우익 선상 2루타를 기록했다. 이 한 방으로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고, 넥센은 3차전에 이어 5차전까지 비슷한 양상으로 경기를 내어 주며 시리즈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6차전 역시 상황은 달랐지만, 앞선 두 번의 경기와 비슷하게 전개됐다. 다만, 이번에는 초반에 경기 흐름을 내어 주었다는 점만 달랐을 뿐이었다. 3회 초 수비에 나선 넥센이 이지영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한 것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김상수의 번트가 투수 오재영의 수비 실수로 이어졌던 것이 뼈아팠다. 1사 2루 상황이 순식간에 무사 1, 2루로 바뀌었기 때문. 삼성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결국, 삼성은 3회에만 4점을 내는 집중력을 바탕으로 6차전을 11-1, 의외의 싱거운 승리를 거두며 통합 4연패를 완성했다. 세 번의 결정적인 장면이 실책, 혹은 실책성 플레이에 바탕이 되었다는 점은 ‘10년 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하는 넥센의 의지를 꺾고, 삼성의 통합 4연패를 돕는 계기가 되었던 셈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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